등록 : 2006.08.11 18:53
수정 : 2006.08.11 18:53
매달 증심사 앞마당서 대화·노래 마당 열어
행사 준비차 만나 ‘종교’ 뛰어넘어 우정 쌓아
[이사람] ‘풍경소리’ 공연음반 낸 진화 스님·최명진 목사
“차별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무등산에서 부르는 생명과 평화의 노래는 계속될 겁니다.”
무등산 증심사 주지 진화(48) 스님과 ‘미래에서 온 교회’ 최명진(39) 목사는 11일 무등산 풍경소리 음악회 4돌 공연을 하루 앞두고 시민한테 한발짝 더 다가설 구상을 가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풍경소리는 다달이 무등산 자락 증심사 앞마당에서 생명사랑과 환경보전을 노래하고 얘기하는 마당이다. 2002년 7월 전 주지 일철 스님과 남녘교회 임의진 목사가 첫걸음을 뗐다. 일철 스님이 입적하면서 두 사람이 2004년 4월 풍경소리지기 소임을 이어받았다.
풍경소리는 공연을 거듭하면서 장소가 절마당인데도 불자가 관객 10명 중 1명에 그치고, 교회·성당에서 가족 단위 참여가 늘어나며 종교를 초월한 시민참여 행사가 됐다. 나무 해설과 저녁 공양이 곁들여지자 호응이 높아져 마침내 광주의 대표적 문화마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12일 저녁 7시반 열리는 4돌 무대를 맞아 여태껏 이뤄진 45차례 공연을 정리하는 음반 〈풍경소리〉를 제작했다. 음반에는 ‘무등아리랑’(이미랑·임형선) ‘더불어 숲’(전경옥) ‘무등산 풍경소리에 담긴 메아리’(장갑수) ‘너를 사랑해 … 생명평화’(도법) 등 장르와 시대를 아우른 노래 16곡과 대화 16편이 담겼다. 소박하게 2000장만 만들어 후원회원한테 나눠줄 예정이다. 밑그림은 선이 굵은 학승 진화 스님이 그리고, 세밀한 작업은 음악에 관심 많은 최 목사가 맡았다.
마음이 통하는 도반인 진화 스님과 최 목사는 2년반 전 풍경소리를 인연으로 만나기 전에는 애초 모르는 사이였다. 진화 스님은 “사회를 맡아달라고 처음 만난 뒤 몇번 이야기하니 대뜸 뜻이 통하더라”며 “젊지만 생각이 열려 있고 진실한데다 음악과 문화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분”이라고 했다.
최 목사는 “나이도 차이나고 종교도 다르지만 생명의 노래를 이어가자는 생각은 하나”라며 “한달 두세차례 만나 자연과 음악을 화제로 다담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우정이 쌓였지만 여전히 형님 같은 분”이라고 덕담을 했다.
둘은 지난해 성탄절 때 광주 학운동 성당을 찾아 공연하고, 지난 5월 석가탄신일엔 함께 무대에 올라 안치환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합창하며 귀한 인연을 새록이기도 했다.
이들은 “무등(無等)은 차별이 없다는 뜻”이라며 “풍경소리를 단순한 산사음악회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차별없이 대하고 생명과 환경을 사랑하는 문화운동으로 확대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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