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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모(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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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모 신부 즉문즉설
죽으면 영체로 변해 주님과 조상, 선배들 뵈러 간다할아버지 죄 자손에 씌우는 ‘원죄’교리 납득가는가
불자들도 입시철 백일기도…의타신앙이 인류보편적 지난달 27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수도회 강당에서 생명평화결사가 ‘생명평화의 길을 묻다’란 주제로 연 다섯번째 즉문즉설에 정양모(72) 신부가 나섰다. 프랑스 리옹가톨릭대를 졸업하고, 독일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1년부터 광주 가톨릭대, 서강대, 성공회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정 신부는 한국 가톨릭의 대표적인 진보신학자다.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다석 유영모(1890~1981)를 기리는 다석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권위주의를 비판한 저서 <한국 가톨릭교회 이대로 좋은가>로 주교회의로부터 주교회의 발행 간행물에 자신의 글을 싣지 못하는 제재를 받고 있다. 이날 100여명의 청중들은 민감한 신학적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회를 본 생명평화순례 황대권 공동체위원장의 첫 질문은 ‘왜 예수는 재림하지 않는가’였다. 정 신부의 답변 역시 거침이 없었다. -지금은 가톨릭 절기로 대림절(성탄일 전 4주간)이다. ‘예수님 오시기를 기다리는 주간’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주님이 오지 않은 지 2천년이 흘렀다. 어떻게 된 일인가? “마태복음 10장엔 예수가 제자들을 둘씩 이스라엘 각지로 파견하면서 이스라엘을 두 바퀴 돌기 전에 하느님 나라가 도래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하느님의 나라는 오지를 않는다. 가톨릭의 대림절은 희망을 되새기는 계절이다. 이승의 삶이 다할 적에도 절망이 아니다. 새로운 차원의 희망이 전개된다. 이게 종교인들의 염원이다.” -사도들은 그렇다 치고 예수가 직접 한 언급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신약성서가 쓰이기 200년 전부터 100년 후까지 이스라엘에서 풍미한 묵시문학, 즉 새하늘 새땅 새예루살렘을 다루는 문학이 성서 속에 들어왔다. 성서 속엔 그리스도 신앙의 정수가 있는가 하면 당시 문학사조가 들어 있다. 이런 것을 구분 못하면 이장림 목사의 다미선교회처럼 160개 교회에서 한밤중에 모두 흰옷 입고 하늘을 쳐다보며 자정까지 예수가 한국 땅에 재림한다고 카운트다운을 하게 된다. 지금도 종말 임박설에 현혹돼 예수님이 곧 재림한다고 믿는 개신교인들이 20만명이나 된다고 들었다.”
-현재는 성령의 시대로, 예수님의 세계가 이미 (성령으로) 임했다고 보기도 하는데? “나는 육체를 지니고 나날이 살아가고 있다. 내 목숨이 다하면 신령한 영체로 변해 창조주와 주님을 뵈러 가고, 먼저 간 조상님들과 선배님들을 뵈러 간다고 본다. 성령은 성서에 수도 없이 나온다. 성령은 거룩한 기운이고, 작용이기도 하다. 이를 삼위일체 교리에서 인격화한 것이다.” -불교의 <육조단경>에선 나라는 생각이 죄의 근원이라고 했다. 원죄와 같은 것이다. ‘오직 예수’를 통해서만 구원받는다면 편협한 것 아닌가? “원죄 교리란 아담이 따먹지 말아야 할 선악과를 따먹는 바람에 아담이 벌을 받고, 온 인류가 죄에 연루돼 그 결과로 죽음을 맞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큰할아버지가 과일 하나 따먹었다고 연년세세 죄를 뒤집어쓰는 게 납득이 가는가. 옛날엔 조상 하나가 역적으로 몰리면 삼족이 멸하고, 공을 세우면 사돈의 팔촌까지 잘됐다. 그러나 요즘은 아버지가 잘못했으면 아버지가 벌 받고, 자식은 괜찮다. 바오로는 환한 빛에 휩싸인 예수님을 뵈었다. 그래서 예수의 빛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예수 이전의 세계와 예수 밖의 세계를 극적으로 대비시켰다. 그러나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불자들도 만나고 유생들도 만나야 하니 생각이 넓어져야 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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