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부터 3개월간 100여개 선원서 동안거
조계종 종정 법전 큰스님이 동안거(冬安居) 결제일을 앞두고 26일 전국의 수행자들을 격려하는 법어를 내렸다. 12월1일부터 3개월간 계속되는 동안거 때는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천300여명의 수좌스님(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이 방부(안거에 참가하겠다는 신청절차)를 들여 수행에 매진하고, 일반 사찰 스님과 신도들도 이 기간에 함께 정진한다. 동안거 하루 전인 이달 30일 저녁에는 결제에 드는 스님들이 모여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고, 결제에 드는 12월1일 오전 10시께는 사찰별로 방장스님 등 큰스님을 모시고 결제법어를 청한 뒤 3개월간 참선정진에 들어간다. 법전 큰스님은 한 납자가 건봉선사와 운문선사를 찾아 나눈 대화를 예로 올해 결제 법어를 내리면서 "그 길은 어디에 있습니까"를 화두 삼아 열심히 정진하라고 당부했다. 한 납자가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은 오직 하나의 길로써 열반의 경지를 체득하였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열반의 경지를 체득한 하나의 길이란 어떤 것입니까?"라고 묻자 건봉선사는 주장자를 집어들고 공중에 선 한 줄을 긋고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납자가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운문선사를 찾아가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운문선사는 들고 있던 부채를 위로 올리며 "이 부채는 뛰어오르면 33천의 천상까지 올라가 제석천의 콧구멍에 붙고, 동해에 있는 잉어를 한방치면 곧바로 뛰어올라 갑자기 그릇에 담긴 물을 뒤엎은 것처럼 비를 쏟아 붓는다"고 답했다.법전 스님은 이 대화를 소개하면서 "선지식의 이런 고준한 법문이 푸른 하늘의 밝은 해와 같으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어렵다거나 혹은 쉽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망상을 지으니 비록 이진겁을 지나더라도 깨달을 기약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제 대중들은 두 선지식의 뜻만 궁구할지언정 두 노인네의 말끝을 따라가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각자가 자기 발밑에서 열반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열반길은 화두를 열심히 제대로 참구할 때만이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태고종 종정 혜초 큰스님도 결제법어에서 "나하고 다른 근기의 사람들에게 조사스님들이 내린 법문을 내게 맞추려 애쓰지 마라. 근기에 맞게 스승에게서 탄 화두를 골똘히 사유하여 그 말씀 속에 숨은 참뜻을 제대로 알아내라"고 당부했다.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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