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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진행되는 동안 영정을 든 한 스님이 눈물을 흘리며 법구를 뒤덮은 화염을 바라보고 있다. 송광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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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장례로 망자 예는 형식뿐, ‘일회용 컵’처럼
죽음도 무소유했던 법정, ‘검은 의식 윤회’ 끊어
■ 조현 기자의 <휴심정> 바로가기
종교계에서 ‘죽음의 상업화’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장례식을 거부한 법정 스님의 죽음이 장례의식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준 데 이어 최근 가톨릭 평신도 신학연구단체인 우리신학연구소가 펴내는 연간지 <우리신학>이 ‘죽음, 그 영성과 상업화 문제’라는 특집을 통해 ‘죽음의 상업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법정 스님은 ‘장례’를 ‘검은 의식’이라고 지칭했다.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라’는 게 그의 유언이었다.
‘내 몸 본래 없었고 마음 또한 머문 곳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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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떠나는 ‘무소유’ 법정스님=법정스님의 법구가 12일 오전 서울 길상사를 떠나 다비식이 열리는 순천 송광사로 가기 위해 운구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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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2003년 길상사 개원 6돌 법회 등에서 언급한 9세기 당나라 때의 남악현태 스님은 외떨어진 암자에서 홀로 맑게 살았다. 예순다섯 살 되던 어느날 그는 산 아래로 내려가서 길가던 한 스님을 청해 화장을 당부한다. 미리 나무를 암자 앞에 쌓아둔 그는 가사를 입고 장작 위에 앉은 채 ‘불을 당겨달라’고 청한다. 그가 이때 남긴 임종게(죽을 때 남긴 시)의 내용은 이렇다. ‘내 나이 올해 예순다섯, 사대(지·수·화·풍)가 주인을 떠나려 한다. 도는 스스로 아득해서 그곳에는 부처도 없고 조사도 없다. 머리 깎을 필요도 없고 목욕을 할 필요도 없다. 한 무더기 타오르는 불덩이로 천 가지만 가지가 넉넉하다.’ 법정 스님은 또 ‘내 몸 본래 없었고 마음 또한 머문 곳 없으니 태워서 흩어버리고 시주의 땅을 차지하지 말라’던 고려말 백운 스님의 유언을 들며 국화 꽃송이를 5만개 이상이나 장식해 호화의 극치를 보이는 큰스님들의 장례 모습을 꼬집었다. 법정 스님은 “순간순간 한 생애를 어떻게 살아왔느냐 이것이 중요한 것이지 죽을 때 야단스러운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내 삶이 유언이다’라고 했던 간디의 말과도 같은 맥락이다. 화려한 장례의식이 그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인간의 삶 존엄하게 보내는 산 자들의 의식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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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49재 2재 = 지난 11일 입적한 법정스님의 49재 2재가 24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봉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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