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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신음소리 귀막지 말라” 가톨릭 사제와 신도들이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를 가득 메운 채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사제·수도자 2차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명동성당 본당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대규모 생명평화미사를 개최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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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명’ 약속한 후보 선택할 것”
23년만에 본당서…성직자 5005명 선언
‘민주화의 성지’ 서울 명동성당 본당 안에서 10일 오후 ‘시국미사’가 열렸다. 23년 만이다.
1987년 6월항쟁 때 꽉 막힌 민주주의의 물꼬를 트려고 사람들이 모였다면, 2010년 5월에는 ‘4대강 사업’의 물신주의에 꽉 막힌 소통의 물길을 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사제와 시민 5000여명은 이곳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천주교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이날 미사에서 윤종일(54·프란치스코회 양평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 원장) 신부는 강론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차분하고 조용한 어조였다. “(4대강 사업은) 하느님의 생명의 질서를 거스르는 반생명·반생태적인 사업이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부를 만든 우리 안의 물신주의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4대강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지난 1월부터 개발 반대 단식·침묵기도를 이끌고 있는 윤 신부는 “87년 경찰 앞에 나선 김수환 추기경께서 ‘나를, 신부들을, 수녀들을 다 잡아간 뒤 학생과 시민을 잡아가라’고 얘기하신 기억이 난다”며 6월항쟁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미사를 마친 뒤 사제·수도자·시민들이 명동성당 들머리를 나섰다. 이들의 머리 위에는 ‘4대강 사업 멈춰’, ‘6월2일 투표 참여’라고 쓰인 대형 펼침막이 들려 있었다.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4개 중대 320여명이 서울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앞 도로에서 이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경찰에 가로막힌 이들은 지난 3월 1100여명이 참여한 4대강 반대 사제선언에 이어 2차로 ‘4대강 사업중단 촉구 선언문’을 발표했다. 2차 선언에는 1차 때 참여한 사제·수도자를 포함해 모두 5005명이 참여했다.
성직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정부가 생명의 가치보다는 개발의 가치, 자본의 가치에 기울었다”며 “(그런 정부가) 죽어가는 강과 그 강에 기대 사는 단양쑥부쟁이·수달·재두루미·꾸구리·남생이·얼룩새코미꾸리 같은 자연형제들의 신음 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에 생방송 공개토론회를 제안하며, 6·2 지방선거에서 ‘강의 생명’을 약속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가 더 큰 위반을 저질렀다”며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으로 돌아가 권역별 기도회와 단식투쟁 등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날 미사가 시작되기 전 명동성당에는 정오가 되면서 사제와 신자, 시민들이 잇따라 모여들었다. 부산·안동·제주 등 전국에서 올라온 신자들은 본당에 마련된 교구별 좌석에 앉아 미사를 봤고, 대형 스크린이 마련된 야외 미사석과 부속 건물 꼬스트홀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수천명의 신자와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생명평화미사를 주관한 ‘4대강사업 저지 천주교연대’는 “11일째 이어온 명동성당 미사를 마무리하고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팔당유기농단지에서 밤샘기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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