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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4 17:32 수정 : 2005.06.14 17:32

네티즌 찬반 격돌 번져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종교계의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종교계 반대는 가톨릭 쪽에서 가장 거세다.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문외한인 데 비해 가톨릭은 생명윤리위원회를 두고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왔다. 가톨릭이 ‘생명 윤리’ 문제를 주도할 수 있는 배경이다.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최근 사제들에게 배포한 강론용 원고에서 ‘살인’이란 용어까지 사용하며,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황 교수도 “정 대주교를 만나 고견을 듣겠다”고 나섰다.

황우석 “수정뒤 14일부터 생명”
가톨릭 “수정뒤 바로 생명 시작”

현재 황 교수와 가톨릭 사이의 쟁점은 어느 단계에서부터 생명으로 보아야 하느냐다. 황 교수는 팔다리 등 원시선이 생성되기 시작하는 ‘수정 뒤 14일’부터 생명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톨릭에선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즉시 생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정된 배아를 이용한 실험 자체가 생명 파괴 행위라는 것이다.

한국가톨릭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인 이창영 신부는 “2002년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의 생명과학자 헬렌 피어슨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지 3~4시간만 지나도 팔다리 모양이 나타난다고 했다”며 “수정된 순간 이미 46개의 고유한 염색체가 생성되기 시작한 한 생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디서부터가 생명인지’ 100% 명확하지 않으면, 먼저 생명을 보호하는게 마땅한 일이 아니냐”며 “독일 등 유럽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하고 성체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이유도 배아가 생명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톨릭은 배아 줄기세포 대신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권장하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란 탯줄이나 골수, 혈액 등에서 추출한 세포로, 모든 신체조직으로 분화할 가능성이 낮아 생명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개신교도 배아 줄기세포 연구 반대에 가세하고 있다. 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어 “난치병 치료를 위한 성체 줄기세포 연구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연구 목적으로 수행된 체세포 복제라도 인간 복제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불교계에서도 배아 복제의 오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기독교 쪽과는 관점이 다르다.

동국대 불교학과 김종욱 교수는 “영혼이나 ‘생명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불교에선 생명에 시작과 끝이 있는 게 아니라 ‘과정’으로 보기에 ‘어디서부터가 생명이냐’는 질문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불교에선 행위에서 그 ‘의도’를 중요시하므로 ‘어떤 동기와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와 종교계의 주장에 대한 네티즌들의 논쟁도 뜨겁다. 〈인터넷 한겨레〉 ‘한토마’의 ‘인간 복제’ 코너에선 “여러 경우의 수 중 가장 최악의 경우로 해석해 치료의 길을 막는다면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도 보장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겐 너무 잔인한 일”이라거나 “진정한 인간의 행복이 무엇이며,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날 최악의 상황을 막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논쟁이었으면 한다”는 주장들이 올라오고 있다. 또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창조론에서 진화론으로 과학이 진보할 때마다 발목을 잡아온 가톨릭의 보수성을 꼬집는 글들도 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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