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다크 삼텐링에서 열린 겔룩파 법좌 환영법회에서 불자들을 축복하고 있는 티베트불교 최고의 고승 리종린포체.
|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서] 조현의 라다크·잔스카르 순례기 ④
생불로 존경받는 리종 린포체마토왕국 왕자로 태어나 출가
티베트 4대종파중 겔룩파 수장
달라이 라마의 스승으로 유명 부와 권력은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은 부와 명예와 쾌락까지도 모조리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도 부와 권력을 뺏고 뺏기는 폭력으로 점철돼 왔다. 그런데 권력의 상징인 왕을 버린 인물도 있었다. 불교의 교조 고타마 싯다르타가 그랬다. 불교는 그렇게 버림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런 인물이 싯다르타만은 아니었다. 라다크에서 가장 존경받는 큰스님인 리종린포체(83)도 왕자였다. 영국이 통치하는 동안 전 인도엔 400여개의 왕국이 있었다. 영국은 왕을 인정해주는 척하며 ‘분리 지배’ 정책을 썼다. 라다크 지역에도 마토왕국과 레왕국, 스톡왕국 등 세 왕국이 있었다. 리종린포체는 마토왕국의 타시 텐촉 남걀왕의 외아들이었다. 그런데 그가 네살 때 티베트불교의 고승들은 그를 전생 리종린포체의 ‘후신’이라고 했다. 라다크는 티베트불교의 지대한 영향력 아래 있었기에 사원의 결정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음 왕을 이어야 할 후계자인 외아들을 티베트 사원에서 데려가 버리자 왕은 식음을 전폐했다. 티베트불교에 대해 너무도 화가 난 남걀왕은 자신도 왕위를 버리고 출가했다. 하지만 티베트불교에 대한 반발로 그가 택한 것은 불교 승려가 아니라 힌두교 사두였다. 이로써 수백년을 이어온 마토왕국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한 왕국을 사라지게 해버린 채 출가했던 리종린포체는 그런 출가의 무게에 걸맞은 인물이 되어 있다. 티베트불교 최고 수행자의 한 명으로 존경받는 그는 최근 겔룩파(황모파)의 102대 법좌에 올랐다. 티베트불교는 총카파대사로부터 시작된 겔룩파를 비롯해 카규파, 샤카파, 닝마파 등 4대 종파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겔룩파는 달라이라마도 속한 최대 종파로 한국 불교에서 조계종에 해당한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망명정부를 대표하는 국왕이고, 리종린포체는 겔룩파를 대표하는 수장이다. 리종린포체는 법왕인 달라이라마에게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고승이다. 달라이라마는 일년에 3일씩 ‘한국인을 위한 법회’를 연다. 지난달 28~30일 진행된 이 법회에서 달라이라마는 자신이 금강경을 리종린포체로부터 배워 그 법을 전수받았다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 고개인 카르둥라를 넘을 때까지도 달라이라마가 스승으로 존중하는 리종린포체를 ‘친견’(개인적인 면담)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해발 5608m인 카르둥라는 ‘하늘 북’이라는 뜻이다. 희박한 공기 때문에 옥죄어오는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 속의 순례자에게 하늘은 어떤 북소리를 전해 일깨워줄까. 파키스탄의 설산 연봉들이 눈 아래 들어오는 카르둥라를 넘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무색하게 하는 누브라협곡을 지나니 딴 세상의 평원 위 바위산에 데키사원이 홀로 서 있다. ‘기쁘고 행복한 사원’이란 뜻이다.
|
세계 최고의 고갯길인 카르둥라 너머에 있는 데키사원.
|
“자비심이 바다처럼 커지면 깨달음은 저절로 일어난다.” <끝>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