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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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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누구나, 어디에나 있잖아요. 그 실체를 받아들일 때 벗어날 길이 보이지요
돈만으로 행복해질순 없지만, 지혜와 경험이 있다면 부와 행복 함께 가질수도…
티베트불교 신세대 지도자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수행자는 무겁고 권위적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깬 즐거운 수행자를 만났다.
지난 11일 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달라이 라마를 이을
티베트 불교의 신세대 영적 지도자인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36)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지난 9~14일 방한한 그는 히말라야 마나슬루가 보이는 네팔과 티베트 경계의
누브라계곡에서 명상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티베트의 고승 두명이 동시에 그의 몸을 빌려 태어났다는
‘독특한 환생자(린포체)’로 전해졌지만 어려서부터 소심하기 그지없었다.
‘공황장애’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던 그는 ‘곰’(명상의 티베트말)을 통해
공황장애와 친해지는 방법으로 장애를 극복했다.
‘곰’은 티베트어로 ‘친해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티베트에서 ‘명상’이란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이나 장애와도
친해진다는 의미다. 23살 때부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불법을 전하고 있는 그는 오는 5월 세번째 ‘3년 폐관(외부로 통하는 문이 없는 곳) 수행’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2002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와이즈먼 뇌신경연구소 주관으로 실시한 뇌영상촬영 실험에 응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손발을 묶은 채 좁은 원통 속에 한 시간 넘게 가둬놓고 비명 소리 등을 들려주는 동안 그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본 뇌과학자들은 그에게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의 대표 저서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문학의숲 펴냄, 류시화·김소향 옮김)는 2009년 한국에서도 번역돼 나왔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는 첫 질문에 ‘마약’이라고 답하는 등 장난기 어린 소년처럼 농담을 즐겼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한 비결은? “내가 11살 때 얼굴을 씻다가 물이 귀에 들어갔다. 물을 빼려 안간힘을 쏟자 스승인 살자이 린포체가 귀에 물을 더 부으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더니 물이 빠져나왔다. 물을 이기는 것은 물이다. 고(고통)를 초월하기 위해 고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비결이다. 이제 나의 비결을 당신이 다 알아채버렸으니 슬프다.(웃음)” -바위와 나무는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려도 고통스럽다고 소리치지 않으며 평화를 유지한다. 바위나 나무와 당신이 다른 것은 무엇인가? “나는 고통을 가지고 있다. 고통도 행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통이 없다면 행복을 찾을 필요도 없다. 고통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 있다. 하지만 고통이 없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아가 없다고 붓다가 된 것은 아니다. 이 테이블은 자아가 없다. 그러나 지혜가 없어서 붓다가 아니다.”
-돼지나 소의 비명을 듣는다면 어떤 사람들은 ‘듣기 싫다’고 인상을 쓰고, 어떤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돕고 싶어할 것이다.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런 연민이 수행과 훈련을 통해 개발될 수 있는가? “자비는 마음을 여는 것이다. 남을 도우려고 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자비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남의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도 고통을 받는다. 지혜가 있다면 남의 고통을 가져와도 거기에 따른 고통을 다 겪지는 않게 된다.” -당신은 달라이 라마와 함께 마음생명협회를 이끌었다. 티베트의 지혜와 현대 정신의학의 만남을 통해 진보한 것이 있는가? “마음생명협회 모임이 끝날 때마다 결론은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이 자비와 협력할 때 인류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고통을 해소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외부 환경을 바꾸거나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이 한 손엔 다이아몬드를, 한 손엔 마음을 바꾸는 진리를 쥐고 둘 중 하나를 내게 주려 한다면 나는 다이아몬드를 받겠다. 나는 현명한 것인가, 어리석은 것인가? “다이아몬드가 마치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부자는 전혀 고통이 없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 고향에선 사람들이 늘 웃고 행복하다. 그렇다고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통은 보편적이다. 서양에서 찍힌 멋진 사진을 보면 마치 서양이 서방정토인 것 같다. 나도 20살 때 처음 서양여행에 나서 파리 에펠탑에 올라갔다. 그런데 에펠탑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다. 감옥 같았다. 불행한 사람들이 와서 자살하기 때문에 막아둔 것이었다. 문제라는 것은 어디에 가도 있었다. 사람들이 복권에 당첨되거나 결혼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돼서 행복한 것은 딱 2년 간다. 그러고 나선 그것 때문에 더 큰 고통이 생긴다. 결혼으로 인한 행복감은 5년 간다고 한다.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다이아몬드만 가지고도 행복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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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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