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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랑과행복나눔 누리집에 공개된 조용기 목사의 서명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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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행복나눔’ 재단 실권 놓고 법정다툼중
교회서 조 목사 가족 사무실 환수결정에 문건 내
“가족공로 무시” “역할제한 약속 지켜라” 충돌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75) 원로목사가 교회를 떠나 새로 목회를 시작할 가능성을 시사한 문건이 최근 공개되면서 교계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쏠리고 있다.
조 목사가 ‘당회장 앞’이라고 써서 서명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건은 조 목사가 소외계층 봉사를 위해 설립한 공익법인 인 (재)사랑과행복나눔 홈페이지에 지난 3일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문건에는 “전 주 (여의도순복음교회)운영위에서 서울 여의도 시시엠엠(CCMM)빌딩 11층 사무실을 철수하라고 했다는 것을 <국민일보> 노조 보도에서 읽었는데, 11층은 내가 사용하는 층으로 내가 아내에게 사용토록 한 것을 나에게 한마디도 의논치않고 이와같은 폭력적인 말을 한것에 나는 크게 분노합니다. 장로들이 이렇게 무리하게 나가면 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떠나 따로 시작할 작정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 문건 내용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이 지난달 26일 당회에서 조 목사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써온 CCMM빌딩 사무실 등에 대한 환수를 결정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 자체만으로 보면, 3년 전 이영훈 목사에게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목사직을 물려준 뒤 줄곧 지지를 표명했던 조 목사가 현 여의도교회와 결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문건 공개 파문의 배경엔 조 목사 가족과 여의도교회 간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재)사랑과행복나눔의 운영을 주도해온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씨, 큰아들 조희준 전<국민일보> 회장 모자와 이를 견제해온 이영훈 목사 체제 사이의 갈등이 다시 수면 밖으로 불거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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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75)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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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 이사회를 꾸린 두 세력은 법정 다툼도 시작한 상태다. 조·김씨 모자쪽은 자기네와 별도의 이사진을 선임한 교회쪽을 견제하기 위해 570억여원이 5개 은행에 분산 예치된 것으로 알려진 재단 통장의 법인 인감과 계좌 변경을 요청해 이미 3개 은행에서 변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의도교회쪽은 법원에 5개 통장의 예금 지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맞받았고, 김·조 모자쪽 재단 이사진의 ‘이사지위부존재확인청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교회쪽은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이런 절차를 무시한 만큼 김·조 모자쪽 이사회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문건 공개는 김·조 모자쪽과 여의도 교회쪽 이사회가 재단운영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양쪽에 낀 조 목사가 모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여의도교회쪽에선 두 모자가 조 목사를 압박해 문건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교회쪽 홍보 관계자는 “원로목사와 이영훈 목사 사이를 음해하는 세력의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김·조씨 쪽에선 이영훈 목사와 장로들이 여의도교회를 세계 최대 교회로 일궈낸 가족들의 공로를 무시한 채 구제사업단체에서까지 쫓아내 씨를 말리려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은 “조 목사의 결점들을 가장 잘 아는 김·조 모자를 조 목사가 주저앉힐 수 없는 데서 문제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재단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 조 목사가 김·조 모자의 사표를 수리했는지, 반려했는지를 증언해야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도 “공개된 문건으로 보면 사퇴하겠다는 조 목사의 진심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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