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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원불교 미주선학대학원 원불교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국인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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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양명상수행 현장을 가다 ③
“미국인 실용주의적” 자기 삶 책임감 강해
동양 전통·문화 거부…교화 걸림돌 많아
한국식 머리·여교무 독신 등 변화 요구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는 미국 최초의 수도로서 가장 뿌리 깊은 기독교 교회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 퀘이커공동체 펜들힐과 아직도 마차를 끌고 다니며 산업문명 이전의 삶을 살아가는 아미쉬 등 ‘영적 전통들’이 숨쉬고 있다. 그런 필라델피아에서 한국의 신생 종교 원불교가 대표적인 동양종교 수행처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글렌사이드 고급주택가에는 개신교 교회를 개조해 연 원불교 교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미국인 70여명이 선(禪)을 하고 있다.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현지 동아이사계 명상센터 운영은 일본의 스즈키 다이세쓰나 순류, 한국의 숭산 스님 등 일부만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 뿐 대부분은 자국 교포를 상대로 하는 운영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불교가 필라델피아와 뉴욕 맨해튼,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 전적으로 미국인들만을 상대로 한 교당 운영에 성공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로 꼽히고 있다. 1973년 백상원 교무(원불교 교직자)가 언어도 소통되지 않은 나라에 도착해 온갖 잡일을 해가며 후배들을 불러와 공부를 시키면서 미국 현지인 교화에 힘써온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원불교가 2001년 필라델피아에 설립한 미주선학대(총장·김복인 교무)는 10년만에 침구학과 50명, 선응용학과 11명, 원불교학과 8명 등 77명이 재학하는, 작지만 내실있는 대학으로 뿌리를 내려 필라델피아 교민사회에도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불교는 최근 미주총부인 원다르마센터를 개원했고, 조계종도 미주 동부특별교구청을 설립해 뉴욕 불광사 주지 석원 스님을 1대 교구청장으로 선출해 현지 포교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건너간 종교들이 미국인들을 상대하는데 걸림돌이 적지않다.
원불교 맨해튼 교당의 이오은 교무는 “미국인들은 실용주의적이고, 자신의 삶을 (신이나 성직자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책임지려는 경향이 강해서 오히려 불교적 성향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불교에 매력을 느끼긴 하지만, 티베트 사찰에서 (본질보다는) 티베트 문화가 두드러진 모습이나 일본 선불교의 사무라이식 문화에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다”고 말했다. 보스턴 교당의 김현오 스님도 “동양종교 경전은 형이상학적이고 전체성이 두드러져, 과학적 이고 개인적인 사고에 익숙한 서구인들의 경우 자신들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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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 뉴욕주 코네티컷에 있는 원불교 미주총부 원다르마센터 개원식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는 원불교 파견 교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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