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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꽃자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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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목사…’ 책 함께 낸
김기석 목사·손석춘 이사장
피라미드 위를 오르면서 남들을 딛고 성과물을 독식하는 승리자에게 열광하는 세태 때문일까. 시류에 역류하는 ‘바보’가 더욱 그리워지는 세상이 됐다. 논객 손석춘은 거대 기득권인 골리앗과 싸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바보 노무현’이란 닉네임을 붙였고, 3년 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말년에 스스로를 “바보야”라고 불렀다.
영정 속의 두 바보를 대신해 살아 있는 두 바보가 등장했다. 김기석(55·서울 용산구 청파감리교회) 목사와 손석춘(52)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장이다. 이들이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꽃자리 펴냄)를 출간했다. 개신교 월간지 <기독교사상>을 통해 1년반 동안 주고받은 지상편지글 모음이다.
사회·종교 아픔에 대해 오간개신교 월간지 편지글 묶어 21일 두 바보를 만났다. 화려한 십자가도, 아무런 외장도 없이 화장기 없는 맨 얼굴 그대로 ‘바보스런’ 서울 청파동3가 청파감리교회에서다. 손 이사장은 기자로서, 시민단체의 대표로서 언론개혁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언론운동가다. 그는 편지글에서 일용직 건설 노동일을 하면서 병든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살던 윤아무개씨가 아들을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아동 재활치료 대상자’로 지정해달라는 희망을 남기고 여의도에서 나무에 목매 자살한 사연을 들려주며, ‘예수가 어디로 갔는가’를 아프게 묻는다. 그리고 대구에 갔을 때 탔던 택시의 기사가 ‘현실에선 아무런 희망을 찾을 길이 없고, 오직 죽어서 천당 가는 희망밖에 없다’고 한 말을 전하면서 “절망의 현실에 눈을 감고, 오직 내세만을 유일한 희망으로 내세우는 게 기독교인가”라고도 묻는다. 이런 편지를 보낸 손 이사장에 대해 김 목사는 “이토록 부드럽고 조용한 분의 어디에서 이렇게 물러서지 않는 용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언론인을 ‘현대의 성직자’라고 한 함석헌의 말을 빌려 “약자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예언자”라고 평했다. 손석춘 이사장
“절망의 현실에 눈을 감고
내세만 희망 삼는 게 맞나”
김기석 목사
“사람에겐 진실과 선의 가진
마음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김 목사는 목회자보다는 수도자나 묵상가가 어울릴 법한 성찰형 인간이다. 물어 물어 이 교회까지 찾아와 세상 밖으로 그를 끌어내려는 젊은이들의 채근에도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주저주저하는 태도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가 손 이사장의 편지에 어떻게 응답할지는 개신교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여 ‘이대로 가다간 한국 교회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한국 교회의 얼굴로 비쳐지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비리가 쉴 새 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예민한 문제에 대해 그의 견해를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하게 답했다. “가면을 쓴 채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맘몬(돈)과 권력과 명예를 구주로 섬기는 이들이 망하는 것과 한국 교회가 망한다는 말은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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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왼쪽)와 손석춘 이사장이 서울 용산 청파교회 안 예수 성화 아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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