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청중은 고민에 대한 법륜 스님의 말을 듣는 도중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보게 되는’ 관점의 변화를 체험하곤 했다. 사진 정토회 제공
|
법륜 스님의 지구촌 즉문즉설 100강
법륜 스님이 지난 8월25일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세계 100회 강연’을 시작했다. 모든 강연은 현지 동포나 외국인들이 스스로 강연장을 빌리고 행사를 준비한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강연을 준비해 법륜 스님을 초청한 곳이 무려 115곳. 법륜 스님은 오는 12월18일까지 115일 동안 115개 도시에서 강연한다. 나라와 도시를 이동하며 평균 하루 한 도시에서 3시간씩 강연을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더구나 가장 값싼 비행기와 숙소를 이용하며 강행군을 하는 스타일로 법륜 스님의 건강 상태가 한때 악화돼 일정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륜 스님은 유럽과 러시아, 캐나다를 거쳐 11일 81번째로 미국 서부 베이커스필드에서 강연했다. 불가능할 듯해 보이는 일정의 중반을 훌쩍 넘겼다. 강연장으로는 미국의 구글 캠퍼스와 대학, 성당, 교회 등 다양한 장소가 망라돼 있다. 대부분의 도시에선 한국 교민들이 주축이 돼 강연회를 열었으나, 프린스턴대 등 일곱 군데에선 외국인들이 초청했다. 베스트셀러인 <인생수업> 등의 저서와 120만이 보는 ‘법륜 스님의 희망편지’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만 접했던 청중들은 직접 법륜 스님을 만나 질문을 하고 문답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자신의 삶의 문제가 해소되는 체험을 했다. 교민들도 개신교, 가톨릭, 불교, 무종교 할 것 없이 다양하게 자발적으로 이렇게 많은 수가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이 자리는 야단법석이에요.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으면 됩니다. 스님한테 이런 것까지 물어도 되나, 이런 걱정 말고 뭐든 대화할 수 있어요. 정답 찾기가 아니에요. 인생엔 정답이 없어요. 그냥 대화를 하는 겁니다.” 8월부터 연말까지 115일간세계 115개 도시 이동하며
한 도시에서 3시간 강연 강행군 부부와 부모자식, 직장동료 갈등 등
현지주민들의 솔직한 삶의 고민에
“인생은 정답 없어요
남을 고치려 하지 말고
내가 스트레스 덜 받아야 행복” 법륜 스님이 이렇게 말문을 열면 주저하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질문에 나섰다. 그러나 모두가 질문을 할 수는 없다. 평균 5~9명이 질문을 한다.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 사는 이들도 부부, 부모와 자식, 고부, 직장 상사 및 동료와의 갈등 관계에서 오는 고통을 호소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콜럼버스에서 열린 강연회에선 22개월 된 딸을 둔 여성이 ‘학교에서 공부도 해야 하는데 남편이 가사일을 잘 도와주지 않아 힘이 들고 영어 수업을 듣는 스트레스가 크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심각한 물음에 스님이 “한국에 돌아가면 되지요”라고 말하자 청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질문자는 “어차피 1년 뒤면 돌아갈 것이니 그때까지는 버티며 소중한 기회를 살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법륜 스님은 “설악산 정상에 올라가고도 싶고, 힘도 안 드는 그런 방법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좀 가부장적이어도 인물이 반반하든지, 돈이 많든지, 학벌이 좋든지, 직장이 좀 괜찮든지 해서 결혼했을 것 아니냐. 살림 도와달라고 결혼한 것이었느냐. 남편이 안 도와준다지만 한 달만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혼자만 있으면 밤에 무서울 텐데 남편이 있어 안심이 되지, 차 운전도 해주지, 여기 강연에 올 수 있는 것도 지금 남편이 아이 봐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냐. 이렇게 남편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 경호원이나 운전수도 잘 먹어야 하는데, 그런 남편에게도 밥을 해 먹이는 건 당연하다.” 스님이 답변하는 중에 질문자의 여동생이 “객관적으로 보면 사실 형부가 언니에게 잘해준다”고 말했다. 그러자 법륜 스님은 “남편은 100을 해줘도 내가 150을 원하면 불만이 생긴다. 그러나 내가 50을 원하면 남편은 굉장히 잘해주는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내가 너 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 내가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만이 커진다. 그러니 가볍게 생각하라. ‘남편 따라 미국 구경도 하고 거기다가 공부할 기회까지 얻었구나’라고. 불만을 참기만 해도 터지니 ‘당신한테 고맙지만 학교 다니고 아이까지 돌보려니 힘들다’고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 건 좋다. 그러나 불평불만으로 얘기하지는 말라. 당신이나 남편이나 고만고만한 사람들이다. 우리 인간들은 다 그렇다. 그러니 상대를 너무 위대하게 보아 다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 답변이 끝난 뒤 질문자가 “고맙다”고 하자, 스님은 “아마 남편을 보면 또 생각대로 잘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중은 ‘와~’ 하며 박장대소를 하고, 질문자가 구름이 걷힌 듯 밝게 웃었다.
|
115일 동안 전세계 115개 도시에서 즉문즉설을 진행중인 법륜 스님. 사진 정토회 제공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