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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성당에서 늘 친구처럼 보살피는 노인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최성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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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뒤 따뜻한 무료급식
용돈·쌀·집세·틀니 지원도
“작은 관심도 큰 희망 돼” 최 신부가 이 성당에 부임해 5년 전 처음 무료 급식을 할 때만 해도 이런 질서는 없었다. 행려자들이 가끔은 서로 싸우며 식판을 던지기도 해 식당이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이곳을 애용하는 노인들이 하나 같이 이곳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보금자리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10여년 전 경기도 부천의 가톨릭 양노원에 살던 중 “노인들이야말로 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든 최 신부는 그 뒤 부임한 서울 공릉동성당과 독산동성당, 성수동성당 등에서 노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4년 전 최 신부는 서울대교구 노인사목위원장으로 임명돼 가톨릭에서 노인 사목의 선봉장이 되었다. 종로성당에서 월요일과 토요일 점심을 먹는 노인은 550명 가량이다. 최 신부는 미사와 식사 뒤 노인들을 상담해 특히 어려운 노인 214명에게 한 달에 5만원씩의 용돈을 드리고,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노인 10명에겐 월세보증금 100만원도 지원했다. 또 자식들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노인 120명에겐 한 달에 두 번씩 쌀 3㎏과 밑반찬도 제공하고, 류훈 치과와 백제 치과 등의 지원으로 이가 상한 노인들에게 틀니와 보철을 해주는가하면 무료 진료도 실시한다. 선종 뒤 갈 곳 없는 노인들에게 경기도 광탄에 마련한 납골묘에 안치해주기까지 하고 있다. “작년에 노인들 3653명이 자살했지요. 올해는 그보다 많은 38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빈곤하고 비참한 처지에 놓인 노인들이 너무 많아요.” 최 신부는 “종로성당에서 해 주는 게 별 게 아니지만 노인들에겐 자신들도 누군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큰 위로가 되고, 삶의 희망이 된다”고 말했다. 종묘 옆 종로성당을 노인들의 안식처로 바꾼 최 신부는 몇달 뒤면 임기를 마치고 종로성당을 떠나야 한다. 그는 하루 평균 6500여명이 찾는 종묘공원 인근에 노인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기도 중이다. 글·사진/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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