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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7 08:06 수정 : 2019.07.17 08:12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고 난 뒤 지인들 간의 대화 중 한 사람이 벌컥 화를 냈다. “그 사장은 죽어 마땅해. 어떻게 사람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코를 싸맬 수가 있는 거야.”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들의 느낌이 다 같은 것이 아니었다.

<기생충>이란 영화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빈부격차 문제, 계층 문제를 다룬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것과는 달리 보고 나면 마음이 불편하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코를 싸매는 사장을 보면서 왜 화가 난다고 하는 것인가? 반면 어떤 분들은 운전기사가 선을 넘는다고 은근히 괘씸해한다. 이런 심리적 반응은 사실 자신의 처지를 투사한 데서 온 것이다. 사장에 대해 화를 낸 사람들은 자신의 지금 처지가 반지하 신세란 것을 입증하는 것이고 사장의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지상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이 영화는 반지하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자체가 너무 단순하게 사회를 삼등분으로 묘사해서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 일의 성격상 부자들도 많이 만났다. 그런데 그분들을 만나며 ‘내가 알던 사회가 <기생충>에서 묘사한 사회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지상에 사는 부자들은 다 똑같이 여유롭고 살 만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막상 들여다본 부자들의 삶은 그리 여유 있지도 똑같지도 않았다. 우선 지상에 사는 사람들이 더 계층의식이 심했다. 지상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지상족이 아니었다. 지상 위에 더 높은 곳에, 그리고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서, 지상에 사는데 마음은 반지하에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을 보았다. 마음의 여유로움도 그리 많아 보이질 않았다. 돈을 뜯으러 오는 사람들, 사기 치려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으로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심지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피하고 마치 지하에 사는 사람처럼 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 교회에서는 피상적인 냄새 말고 영적인 냄새에 대하여 오랫동안 강조를 해왔다. 예를 들어서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장미향이 나지만 죄를 많이 짓고 사는 사람들에게서는 아무리 향수를 뿌리고 치장을 해도 역한 냄새, 죄악의 냄새가 난다고 경고해왔다. 심지어 평생을 선행한 사람들의 시신에서는 부패한 냄새는커녕 향내가 난다고 하여 시신을 잘 모시는 신앙 풍습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신앙인이 아닌 사람들이 보면 비상식적이라고 혀를 찰지도 모르지만 돈으로 자신의 냄새를 만들고 가난한 냄새를 역겨워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썩은 냄새를 제거하려면 내적인 향, 내적인 냄새를 강조하는 것이 진정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직 대통령들이 말을 할 때마다 구린내가 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의 삶이 그러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오지에서 평생을 봉사하신 분들에게서 향내가 느껴지는 것은 그들의 삶이 그야말로 천사와 같은 삶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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