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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0 20:47 수정 : 2006.08.10 20:47

뇌경색으로 쓰러져 19년 다닌 은행 명퇴
‘가장의 무게’에 “다시 일어서자” 굳은 다짐
나이·학력 제한없는 기회…13대1 경쟁 뚫어

[이사람] 근로복지공단 최고령 입사자 장본성씨

그는 신입사원이다. (그래서!) 장애인이다. (그게 뭐!) 50살이다. (…!)

근로복지공단 사상 최고령 신입사원 장본성씨. 그는 지난달 28일 최종면접을 거쳐, 1일 기다리던 합격 통보를 받았다. 121명 중 9명을 뽑는 13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저도 집사람도 사실 별로 기대를 안했어요. 나이나 건강이나 내세울 게 별로 없어 보였거든요.” 합격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그는 말없이 부인을 꼭 부둥켜안았다. 눈에 감격의 눈물이 고였다.

5년 만이었다. 그는 2001년 주택은행을 명예퇴직했다. 1983년 입사한 지 19년째였다. 고비는 99년 찾아왔다. “잘 나가던 때였다”고 했다. 차장 진급을 거쳐 본점에서 근무하던 12월 어느 날, 출근 준비를 하다 쓰러지고 말았다. 뇌경색이었다. 과로에 따른 산재로 인정받았지만, 회사 생활을 더 하는 건 무리였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걸어서 출근할 힘조차 없었으니까요.” 결국 1년반 만에 은행을 나왔다.

지루한 재활의 시간이 흘렀다. 혼자선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로도 한방과 양방 치료를 병행했다. 재활운동도 거르지 않았다. “휠체어만큼은 절대 안 타야지 마음먹었습니다. 그랬다간 정말 영영 무너질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힘든 건 가장의 어깨를 짓누르는 막막함이었다. 퇴직하고 나서 얼마 안 돼서였다. “한번은 중학생이던 큰아이가 아빠 직업을 자영업이라고 써내더군요. 직장 없는 아빠가 부끄러웠나 봐요. 이대로 장애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중 근로복지공단이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이와 학력 제한도 없었다. “고마운 기회였지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들었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책을 잡는 강행군이었다.

어려움도 있을 거라고 그는 짐작한다. 그러나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최종면접에선 “훨씬 나이 어린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하면 어쩔 거냐”는 질문이 나왔다. “일단 수용하되 상사가 그것이 부당한 것이었다고 깨닫도록 열심히 설득하면 될 겁니다. 아무한테나 좀체 오지 않는 제2의 삶, 이 축복 고마운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요.”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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