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4 18:29
수정 : 2006.08.14 18:29
기획부터 꼬박 3년…서양인 위안부로 첫장
감정적 슬픔 아닌 역사적 진실 알아야
“왜곡·포장 없는 균형 잡기 가장 힘들어”
[이사람] ‘일본군 위안부’ 실상 다룬 만화책 낸 정경아씨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진실. 일본군 ‘위안부’가 그렇다.
작가 정경아(37)씨가 위안부 이야기를 만화로 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실을 알리고 싶어서다. ‘나는 고발한다’는 부제가 붙은 〈위안부 리포트〉는 일본군 ‘위안부’와 2차대전의 실상을 르포형식으로 그린 ‘만화 르포르타주’다. 역사책이지만 너무 전문적이지도, 너무 간단하지도 않은 교양서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작가는 2001년 데뷔 만화 〈빠담빠담〉을 통해 에디트 피아프 일대기를 그려 대한민국 출판만화 대상을 받았다. 그는 90년대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 갖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전쟁과 여성문제에 골몰하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모두 3권 분량으로 기획했다. 이번에 낸 책은 그 1권.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그저 감정적으로 슬퍼하고 마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반인 누구나 알기 쉽게 역사적 사실을 그리려 했지요.”
기획부터 꼬박 3년이 걸렸다. 50여권의 국내외 관련 서적과 보고서를 섭렵했다. 자료수집 뒤엔 중국 현지취재를 거쳐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했다.
첫머리에는 92년 위안부 경험을 고발한 네덜란드인 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자바에서 태어난 얀 할머니는 일본이 재점령한 자바에서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다. 서양인 위안부 존재사실에 전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얀 할머니는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말을 강력하게 거부한다. 우리들은 일본군에 의한 ‘강간 희생자(rape victims)’”라고 했다. 작가 또한 동의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군인이 전쟁을 하면서 여성을 어떻게 지배하고 짓밟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조직적 강간 제도였습니다.”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균형’이다.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면 안 되고, 감정적으로도 무겁기 때문에 화려하게 포장하거나 희화화해서도 안 되었다. 작가는 “쉬우면서도 극적인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일본군이 왜 ‘위안소’를 만들고 여성을 납치해 강간했는지, 이 문제가 왜 과거가 아니라 현재적 문제와 연관이 돼있는지 등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도서출판 길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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