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8 22:28
수정 : 2006.09.28 22:28
혼혈고아 위한 옛 ‘희망원’ 자리에 ‘펄벅기념관’ 개관
9년간 한국서 행한 봉사정신 기려…하인스 워드도 축전
1967년 6월2일 오후 서울 가회동 펄벅재단 한국지부 사무실. 75번째 생일을 앞둔 펄 벅 여사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 곁에는 유한양행 유일한 사장도 함께하고 있었다. “경기도 부천군 소사읍 심곡리 산25(현 부천시 소사구 심곡동 566-9)에 혼혈고아들을 위한 복지센터를 짓습니다. 재활과 교육시설은 물론, 의료시설, 식당, 과수원 등을 갖출 것입니다. 1만평 대지는 유일한 선생이 기증하셨습니다.”
유명하다는 복숭아나무 한그루 없던 소사 산비탈에 그렇게 ‘희망원’이 들어섰다. 여사가 숨진 73년 문을 닫기까지 2천여명의 혼혈아들이 ‘희망원’을 거쳤다.
까만 피부와 곱슬한 머리에 지독히도 차가웠던 시간. 복숭아보다 부드럽던 박애정신이 영근 지 40년, 펄 벅 여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희망원이 있던 그 자리에 30일 문을 연다.
9년간 한국에 머물렀던 펄 벅 여사이니만큼 예전 희망원을 본떠 만든 114평 펄벅기념관은 여사의 흔적으로 가득 채워졌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여사가 사용하던 타자기, 가방, 문학작품, 끔찍이도 사랑했던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들, 1030명 아이들의 이름이 쓰인 산수화, 일대기를 담은 비디오가 방문자를 맞는다. 여사가 몸소 실천했던 차별 없는 사랑과 봉사, 연대의 정신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남현주 펄벅재단 사무국장은 “한 사람의 사랑과 봉사가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 “국제결혼과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는 지금, 다민족 다문화를 수용하는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 전날인 29일 오후 5시부터 인근 부천 남초등학교에서는 멕시코 마리아치 공연, 영화상영 등 전야제가 열리며, 30일에는 개막식에 이어 가수공연, 먹거리장터, 전시회 등을 겸한 펄벅축제가 열린다. 펄벅 여사의 딸 재니스 월릿이 참석하며, 하인스 워드는 축전을 보낼 예정이다. (032)668-7563~5.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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