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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7 19:47 수정 : 2006.10.27 19:48

동작자원봉사은행, 7년새 2만5천명 참여 91만시간 적립

‘2000년 1월21일, 지역사회봉사-문화예술행사지원(사회단체), 봉사하신 시간 3, 남은 시간 3.’

이추임(57·여)씨가 서울 동작자원봉사은행에서 ‘자원봉사 사랑나눔 통장’을 개설하던 날, 처음으로 통장에 찍힌 내용이다. 6년이 훌쩍 넘은 27일 현재 이씨의 통장 마지막줄에는 ‘2006년 10월11일, 행복식탁 도시락배달, 봉사하신 시간 2, 남은 시간 1169’가 기록돼 있다. ‘남은 시간’이란 여태까지 봉사한 전체 시간을 말하는데, 원하면 현금을 인출하듯 그 만큼의 봉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씨는 7장의 통장 여백을 꽉꽉 채워, 새 통장으로 갈아탔다. 간병, 목욕, 환경보호 등 한줄한줄 기록된 봉사의 흔적은 어느덧 1천시간을 넘어간다.

동작자원봉사은행은 통장을 발행해 봉사활동을 전파한다. 1999년에 세워졌는데 2만5944명이 활동 중이다. 쌓인 봉사 시간만도 91만8341시간. 1천시간 이상을 보유한 이들도 186명이나 된다. 최도용(66)씨는 가장 많은 5999시간을 갖고 있다.

‘마음의 부자’인 이들은 ‘적립’만 알지 ‘인출’을 모르는 자린고비인 경우가 많다. 1794시간의 김이호(63)씨는 “봉사시간을 쌓는 것은 그만큼 내가 건강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쌓기만 하고 인출할 계획은 없다”고 웃었다.

봉사활동은 주변 이웃을 돕는 간병, 도시락 배달 등은 물론 수해지역 복구 지원까지 전국을 무대로 한다. 활동을 시작한 지 6년째라 손발도 착착 맞는다. 지난 7월 강원도 평창으로 수해복구를 다녀온 김씨는 “보통 버스 4~5대로 150여명이 이동한다”며 “도착하면 집청소, 삽질, 빨래 등 각자 맡은 일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자원봉사은행의 사당동 분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65살 이상 노인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동작자원봉사은행은 이곳에서 매주 수·목요일 ‘사랑나눔 이·미용 봉사’를 한다. 동작자원봉사은행 제공

젊은 학생들도 적극적이다. 7516명의 청소년들은 통장 대신 봉사 확인서를 받아간다. 특히 한달에 2차례 있는 ‘놀토’(노는 토요일)에 가족과 함께 외로운 할아버지, 할머니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친다.

남정애(43·여)씨는 “아이들 시험이 끝난 뒤 가족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가거나 함께 나들이를 한다”며 “가족이 함께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또 “은행에서 활동하는 이들 중 70%가 동작구민”이라며 “좋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을 만들고 있어, 이것이 집값 상승 요인도 됐을 것”이라고 웃었다.

동작자원봉사은행은 어느새 성공적인 모델로 인정받아 50여개 지자체에서 배워갔다. 27일에는 ‘서울사랑시민상’ 봉사부문에서 본상을 받았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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