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1 19:26
수정 : 2007.02.11 23:24
외국인 보호시설 열악…“불법체류자 구금 법적근거 부족”
11일 새벽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외국인 보호소에서 일어난 불은 크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철창 안에 갇힌 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여수뿐만 아니라 인천·화성 등 다른 지역의 보호시설에 있는 외국인들도 시설 관리 및 운영의 열악한 실태를 호소하고 있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햇살 한줌이 그립다”=지난 9일 경기도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만난 방글라데시인 솔레이만 조이(40)와 라피굴 이슬람(35)은 “방에 햇빛과 바람이 온전히 들어오지 않아 겨우 낮과 밤을 구분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파키스탄인(37)은 “방에 창문도 없어 지난 20일 동안 단 한번도 햇빛을 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방에 불이 나면 환기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화성 외국인 보호소의 조정환 관리과장은 “3층짜리 건물에서 1층은 구조적으로 햇볕이 들어가지 않게 돼 있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인천 외국인 보호실의 외국인들에게 간식을 공급하는 한 상담소 관계자는 “보호실의 3면은 벽이고 나머지 한 면은 아래 쪽에 손만 들어갈 수 있는 배식구만 뚫려 있을 뿐 쇠창살로 굳게 닫혀 있어 수용소 같았다”며 “불이 나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열악한 인권실태=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11월 내놓은 ‘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외국인 보호시설 실태조사’ 보고서는 “외국인 보호소와 보호실의 피보호 외국인들은 1인당 평균 1.84평의 공간에 구금돼 있다”며 ‘운동시설이 의무화된 교정기관과 달리 하루종일 거실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 16곳과 청주와 화성의 외국인 보호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조사대상 184명 가운데 79.7%가 수갑 등 경찰장구를 착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강제력이 아주 빈번하고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보호소는 출입국관리법상 우리나라에 불법으로 머물다 적발돼 출국 대기 중인 사람들을 보호하는 곳으로, 여권 준비나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출국하게 된다. 문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들을 이처럼 쇠창살 안에 가둬두는 것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주노동자연대의 이정원 선전차장은 “단지 체류 자격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장도 없이 구금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이번 사건을 불러일으킨 배경이 됐다”며 “보호소장들이 외국인들의 면회 권한을 임의로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설 운용에 관한 규정을 담은 외국인 보호규칙도 (상위법인) 출입국관리법에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자의적 인권침해의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불이 난 여수외국인보호소는 일주일 이상 장기 보호가 필요한 외국인들이 머무는 곳으로, 우리나라엔 여수 외에 청주와 화성에 전용 보호소가 있다. 단기 보호시설은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 21곳에 있으며, 이런 보호소·보호시설 전체 정원은 1410명이고, 현재 보호 인원은 897명이다.
전종휘 김영환 기자, 화성/정옥재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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