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3 13:53
수정 : 2007.02.13 13:53
희생자와 유가족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이처럼 수치스러운 일이 바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차마 낯을 들기 어렵다. 우리는 그 동안 산업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임을 자부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평범한 이들을 더없이 비참하게 죽게 만들었다.
처음 불을 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이번 참사의 핵심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번 참사는 출입국관리소의 초동대처에 따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처음 불이 난 뒤 소방서에 신고하기까지 10여분 동안을 허비했다고 한다. 수용 중인 '불법체류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대피도 시키지 않은채 자체 진화를 시도하다 화를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태다. 아무리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그들 역시 엄연한 인간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게 '불법체류자'들은 그저 귀찮은 골치덩어리였을 뿐이었나 보다. '그물총 사냥' 등 출입국관리소의 비인간적 이주노동자 단속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불법'이라는 명분 아래 인명을 경시하는게 이 지경일 줄은 미처 알지 못하였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출입국관리소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기초적인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희생자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돈벌러 온 힘없는 이들이라고 해서 모른 척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희생자들의 모국에도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옳다. 대통령 역시 과거 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주노동자 인권옹호의 필요성을 역설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진심어린 반성을 보여줄 때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은연 중에 널리 퍼져있는 순혈주의와 민족우월주의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국민들의 인권의식은 민주화 이후 20여년 동안 크게 신장되었지만, 여전히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냉담하다.
심지어는 행색이 초라하고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중국교포들까지 심한 차별에 시달리는 지경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 걸맞게 '세계화'된 인권의식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다시금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직접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무관심으로서 이번 참사를 방치한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반성하고 참회하는 한국인도 많이 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를 감히, 그리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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