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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4 16:40 수정 : 2007.02.14 16:40

혼혈·입양아문제 교과서 실린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말씨와 피부색, 문화, 인종 등의 차이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다문화 가정 자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달 발행되는 5·6학년 도덕 교과서에 혼혈아와 입양아 문제를 다룬 과제를 신설했다고 13일 밝혔다. 5학년 교과서에는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봅시다’라는 단원의 활동 내용으로 ‘혼혈아 친구들의 어려움을 알아보기’가 제시됐다. 6학년 교과서에는 ‘재외 동포들과 가깝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보고 실천해 봅시다’라는 단원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 어린이들과 교류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모듬별로 실천 계획을 세워봅시다’라는 활동 계획이 실렸다.

보건복지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 입양된 1332명 가운데 생후 3개월 미만의 영아는 945명으로, 전체의 71%를 차지한다. 여기에 3살 미만 유아 301명(23%)을 합치면, 국내 입양아의 94%가 3살 미만이다.

또한 현재 한국의 혼혈인구는 3만5000여 명에 달한다고 통계자료는 말한다. 전체 인구의 0.73%에 해당하는 수치인 것이다. 더불어 국제결혼이 크게 늘면서 증가율은 매우 가파른 곡선을 타고있다. 2003년 전체 결혼의 8.4%를 차지하던 국제결혼이 지난해에는 13.6%로 늘었는데, 불과 2년 만에 5%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이 중 상당수가 동남아시아계 여성과 한국의 농촌 거주 남성의 결혼이다.

입양과 혼혈문제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행스럽게 다문화와 다양한 삶의 형태에 대한 깊은 이해의 길로 접어드는 소식이라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또한 동시에 그동안 우리사회가 가져왔던 폐쇄성과 순혈주의라는 의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끄러운 장면을 교과서가 지적하는 것이라 부끄러움을 동시에 가지는 장면이다.

입양과 혼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부감의 바탕에는 순혈주의라는 의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순혈주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간 우리의 교육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교육은 혼혈인들에 대해서 아예 교과서 자체가 혼혈인들을 거부감을 가지는 존재, 불쾌하거나 불필요한 존재로 가르치고 있는데, 국사, 윤리, 사회 등의 교과서에서 "세계에서 보기 드문 단일민족 국가", "피를 나눈 동포들에 대한 연대의식으로서 민족공동체 의식" 등의 표현을 찾는 것은 부지기수다. '단군의 자손', '한민족' 이라는 표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차별과 상처를 주었는지 모른다. 단일민족, 피를 나눈 동포라는 것이 우리의 순혈중의를 우월한 것으로 간주하는 용어라면 이것의 기반은 집안이라는 또다른 사회에서의 순혈주의다.

집안의 순혈주의는 좋은 의미로 말하면 깊은 유대감과 연대를 말하기도 한다. 삼대가 같이 살았던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구성은 8촌이라는 경계를 만들면서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를 진행시켰던 것인데 이것을 비판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

그러나 우리 집안이라는 의식속에는 다양한 배타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배타성이고 무엇이건 가족의 긴밀한 유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별것이 아니겠지만 때때로 이 집안이라는 용어는 내력이라는 공통적인 자부심 속에서 남들과는 다른 우월성을 강조하는 인식들이 도사리고 있다.

외적으로 나타나는 그런 모습들도 우리의 순혈주의에 기본을 제공했지만 내적으로 본다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서출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다.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피를 같이 나누었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이 서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사람들은 가족의 일원으로 공인받지 못하고 외인보다 더욱 참밥신세였다. 이 서출찬밥은 우리가 가진 순혈주의의 가장 무서운 폐단 가운데 으뜸이다.

집안이라는 이름의 순혈주의는 자연 입양이라는 것에 대한 극심한 부정을 불러왔다. 출신도 모르는 아이..종자가 어떤지 모르는 근본없는 아이라는 무서운 편견때문에 우리의 입양아들은 대부분 우리가 아닌 다른 나라의 가정에 들어갔던 것이 우리의 한때의 모습이었다. 집안의 순혈주의를 이야기 하면서 우리민족, 동포라는 이름조차 거부하고 외면하는 것이 입양에 대한 거부감이다. 순혈주의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혼혈에 대한 거부감이나 배타성은 이 집안 순혈주의가 사회전반으로 널리 퍼진것이 원인인데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하는 영원한 이방인, 타국인보다 더욱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국가적 서출인 셈이다.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수형자 등의 병역처분) 제1항 제2호 나목에서는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아 및 부의 가에서 성장하지 아니한 혼혈아"라는 대목이 있는데, 병역법의 적용대상자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혼혈아라는 표현이 쓰였다. 아주 애취급을 하는 것이다...애들은 군대 못가는데 뭐하러 이런 법규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순혈주의에 기초한 이기심과 배타성, 그리고 몰상식이 어느정도인지 사회의 규범이라는 법조항조차 이모양이다.

인류는 무수한 이동과 교류를 통해서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이루고 발전시켜왔다. 여기서 단일민족이라든지, 순혈주의는 발붙일 곳이 없다. 인류는 기본적으로 혼혈인 것이고, 이 혼혈은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가열차게 돌려온 인적 원동력이 되어온 것인데 아직도 우리의 교과서나 인식에서는 이 근거없는 '단일민족' '집안 내력'의 허구에 사로잡혀서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모습으로 우리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교과서를 통해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현재의 실천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지도하는 것이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를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서 교육부의 이런 노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서 순혈주의의 망상에서 벗어나 기본적으로 인간은 동일하고 어떤 편견도 인간 사이에 자리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인정하는 상식의 세상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깊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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