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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없는 대한민국’으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소속 중고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형폐지국가 선포식’에서 잘린 밧줄을 들어올려 한국의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됐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사형 집행이 멈춘 지 10년째가 되는 올 12월30일을 앞두고, 10년 동안 사형 집행이 없으면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는 국제 기준에 따라 “한국도 사형폐지 국가”라고 선포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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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정부 집행없어 ‘실질적 폐지국’
이명박 당선자 “선고 죄목 제한하되 유지 필요”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지 10년 째가 되는 30일 우리나라가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가 분류하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의원 과반수가 폐지 법안에 서명하고서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고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여전히 폐지 또는 존치에 대해 `원점 검토' 중이다.
특히 종교계를 중심으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사형제 존치"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사형 집행 10년째 `보류' =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30일 23명을 형장의 이슬로 보낸 게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이뤄진 사형 집행이다.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정권이 바뀌기 직전 사형을 대거 집행했던 관행에 따른 것.
그러나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았던 적이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사형 집행은 계속 보류됐다.
현재 국내 사형확정자는 64명이다.
세계적으로는 195개국 중 133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했거나 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반면 미국, 중국 등 66개국은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사형제 폐지 선포식에 참석한 워릭 모리스 영국 대사는 "사형폐지가 세계적인 경향이다. 한국이 사실상 사형 폐지국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법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면서도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를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간주하며 유럽연합(EU)은 사형제 폐지가 가입 조건이다. 유엔 총회는 지난 18일 `사형집행 유예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 사형 폐지 운동 활발 = 지난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등은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 됐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선포했다. 국내에서 사형제 폐지 운동이 시작된 것은 1974년으로, 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이었던 이병민 변호사 등이 "사형제도는 인간 존엄성을 위협한다"고 강연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인 1975년 인혁당 사건으로 8명이 대법원에 의해 사형이 확정된 지 불과 20시간 만에 집행되기도 했다. 앰네스티가 1989년을 `사형 폐지의 해'로 정해 대대적인 폐지 운동을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사형폐지운동협의회가 생겼고 2000년대 들어서는 15ㆍ16ㆍ17대 국회에서 사형 폐지 법안이 잇따라 제출됐다.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사형제와 관련한 의견을 내고 폐지를 권고했다. 문장식 목사(한국 기독교 사형폐지운동연합회 회장), 정상덕 교무(원불교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진관 스님(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등 종교계 원로들이 사형제 폐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2003년 10월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팔순 노모와 아내, 4대 독자 등 3명의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던 고정원씨 등도 유영철 사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 사형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형폐지국가 기념식 준비위원회와 대통합민주신당 유인태 국회의원 측은 30일 오후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사형폐지국가 기념식'을 열어 사형폐지국가 선포문을 낭독하고 사형수를 상징하는 비둘기 64마리를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17대 국회에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유 의원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다. ◇ 정부ㆍ국회 여전히 논의만 =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은 15대 국회에서 첫 발의돼 1999년 12월 국민회의 유재건 의원 등 여야 의원 90여명이, 16대에서는 2001년 10월 민주당 정대철, 한나라당 이부영, 자민련 오장섭 의원 등 여야 의원 155명이, 17대에서는 2004년 12월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등 여야 의원 175명이 사형제폐지특별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했다. 16ㆍ17대의 경우 과반수 의원이 법안에 서명했지만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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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형폐지의 날인 1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형폐지국가 선포식 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린 ‘사형폐지국가 선포식’에서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들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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