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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4 20:38 수정 : 2008.01.25 09:51

지난해 3월 사슬이 채워진 부산교도소 수용자 홍아무개씨의 발목에 깊은 상처가 패여 있다. 아래는 한아무개 전 부산교도소장이 재임 때 적극적인 계구 사용을 지시한 문건.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수용자 초동조사때 강력히 대처 지시
부산교도소 부임 뒤 무려 26배 늘어
인권위, 법무부에 소장 등 5명 징계권고

한 교도소장이 사슬, 수갑 등 이른바 ‘계구’를 수용자들에게 많이 채우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인권침해 혐의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된 교도관들을 오히려 격려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교도소를 옮겨 여전히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24일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한아무개 소장은 부산교도소장으로 있던 지난 2006년 7~9월 ‘(싸움, 폭행, 소란 등 수용 질서를 위반해) 조사를 받는 모든 수용자에게 계구를 사용하라’, ‘수용자 초동 조사 때 계구를 사용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 다른 수용자에게 악풍이 감염되지 않도록 초기에 차단하라’ 등의 소장 지시사항을 내렸다.

사슬 등 계구를 채우면 앉아있다 눕는 등 기본적인 동작도 못 할 만큼 고통이 크다. 이 때문에 현행법은 소요나 폭동, 자해, 자살 등이 우려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소장은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자살, 자해 등을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계구 사용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이 잘못 기록된 것”이라며 “부산교도소 수용자들이 거친 편이고 강력범이 많아 예방의 필요성이 컸다”고 말했다고 인권위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부산교도소에서 한 소장 재임 때인 2006년 10월1일~2007년 3월31일 수용자에게 사슬을 채워둔 기간은 모두 8254시간으로, 나머지 11개 교도소에서 같은 기간 사슬을 사용한 기간을 모두 합한 4886시간의 두배에 가까웠다. 또 부산교도소에서 한 소장 부임 전 10달 동안 사슬을 사용한 기간은 467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부임 뒤 10달 동안에는 1만2268시간으로 26배 넘게 늘었다. 인권위는 “실제 강력범이 많은 교도소는 청송교도소 등으로 부산교도소에서 특별히 계구를 많이 사용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또 수용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직원 사기 및 근무의욕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인권위 진정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직원은 위로·격려하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피소 등 불이익 처분을 받은 직원은 △표창 우선 상신 △해외시찰 기회 우선 부여 △성과급 지급 △근무평정 때 우선권 부여 등으로 우대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도 지시했다.

인권위는 이날 한 소장 등 5명을 징계하고 사슬을 사용하지 말 것 등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자체 진상조사 결과 계구 과다 사용이 일부 확인돼 한 소장 등 3명을 전보조처했다”며 “계구에서 사슬을 삭제하고 각종 선진국형 계구 도입을 규정한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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