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3대에 잇달아 치여 사망
대법 “가해자 불분명” 원심 파기 여러 대의 차에 연달아 치여 숨졌다면 손해배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김아무개씨는 2002년 10월23일 밤 술에 만취한 채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중앙선을 침범했다. 김씨는 반대차선을 달리던 원아무개씨의 차량과 충돌한 뒤 도로 바닥으로 튕겨나갔고, 오토바이를 뒤따르던 차량이 김씨를 또한번 치고 그대로 달아났다. 5분여 뒤 사고현장을 지나던 임아무개(42)씨의 차가 도로에 쓰러진 김씨를 세번째로 친 뒤 20여m 끌고 갔다. 김씨는 목을 크게 다쳐 숨졌다. 유족에게 보상금을 준 김씨의 보험사는 첫번째 가해자인 원씨는 물론 임씨도 “공동불법행위자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임씨를 상대로 구상금 8천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부검 결과, 임씨의 차량이 김씨와 충돌할 당시 김씨가 살아있었다고 확정할 수 없다”며 임씨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임씨의 차와 부딪히는 순간에 김씨의 생존 여부가 불확실한 이상, 임씨가 몰던 차량과 김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세 차례에 걸친 충돌사고 가운데 어느 충돌로 김씨가 사망했는지 알 수 없는 이 사건은 민법에서 정한 이른바 ‘가해자 불명의 공동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민법 760조 2항은 ‘여러 사람의 불법행위 가운데 어느 행위가 손해를 가한 것인지 알 수 없을 때는 함께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해당 민법 조항은 불법행위의 책임 문제가 모호할 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는 판례를 들어, “임씨가 공동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운전이 김씨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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