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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를 가진 남편 김재우씨와 지체장애인 아내 김선윤씨가 딸 소진이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어린이집에서 놀고 있는 소진이의 모습을 실시간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 김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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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불편’ 장애인 부부
힘들지만 행복한 육아
뇌병변 장애 2급인 김재우(38)씨는 2002년 3월 서울 북부 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웹마스터 양성 과정에서 김선윤(42·여)씨를 만났다. 김선윤씨 역시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쳐 목 아래의 신경이 대부분 마비된 지체1급의 장애인이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3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고, 2006년 4월에는 딸도 낳았다.육아는 이들에게 엄청난 도전이었다. 선윤씨의 팔힘이 부족해 소진이를 안고 젖을 물릴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선윤씨는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오른쪽 팔다리가 불편한 재우씨도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결국 소진이는 2년 동안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지난 3월, 이들이 사는 서울 송파구의 어린이집에서 낮에 소진이를 봐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부부는 다시 용기를 내 소진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손이 가는 일은 대부분 집에 찾아오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선윤씨는 한달에 180시간, 재우씨는 90시간이지만 육아까지 신경 써야 하는 두 사람에게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재우씨는 “별도의 일손을 써서 지난달에는 100만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들었다”며 “결혼 당시의 축의금을 계속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재우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다. 세 살짜리 소진이가 안아 달라, 업어 달라고 칭얼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늘어난 가족 때문에 집안의 웃음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할머니만 찾던 소진이도 이제는 외출하는 아빠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 등 마음이 어른스러워졌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은 소진이의 두번째 생일이다. 재우씨는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진이를 위해 크레파스를 선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된 두 사람은 야무진 꿈도 꾸고 있다. 선윤씨는 장애인 입장에서 다른 장애인을 위한 전문 상담인이 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국사이버대학에서 상담학을 공부하고 있다. 재우씨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을 위해 장애인인권센터에서 마련한 ‘장애인 길라잡이 양성 강좌’를 듣고 있다. 재우씨의 꿈은 “소진이가 커서 훌륭한 전문직 종사자가 되는 것”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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