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8.14 09:43
수정 : 2009.08.14 09:43
복지부, 내년 취약계층예산 삭감 계획
경제위기와 소득 양극화로 빈곤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가족부가 기획재정부에 내년 예산을 요구하면서 취약계층 관련 예산을 오히려 대폭 삭감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이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빈곤 변화 추이와 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빈곤층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인 상대빈곤율은 지난해 14.3%로, 2000년(10.5%)보다 3.8%포인트나 높아졌다.
복지부는 예산 삭감에 대해 “경제위기 상황을 반영해 올해 기초생활보장 사업에 한시적으로 쏟아부었던 예산을 내년에는 줄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속도와 빈곤층의 삶이 나아지는 속도는 간격이 크기 때문에 복지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우리나라는 경기가 일부 나아져도 사회 양극화·빈곤층 확대 등 취약계층의 삶이 좋아지지 않는 사회구조로 접어들었다”며 “긴급복지·생계보호 등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 그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예산을 줄이겠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홍보비는 올해 22억2300만원에서 내년에 110억원으로 5배가량 증액을 요구했지만, 정작 보육료는 대폭 깎는 등 이중적인 행보를 보였다. 복지부의 내년 예산요구안을 보면, 소득이 하위 70% 이하인 가구에게 지원되는 만 5살 무상보육료는 101억9400만원이 줄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1만8296명이 보육료를 받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지방의료원 지원 등 공공성 강화에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예산도 217억2500만원이 줄어들었다. 당장 일반 의료기관이 거의 없는 지역 주민들의 의료 안전망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포천의료원 가정의학과장)은 “포천의료원의 경우 전체 환자의 30% 정도가 의료급여 수급권자일 정도로 의료 소외계층이 지방의료원을 많이 이용한다”며 “지방의료원의 공공성 강화 예산이 줄면 저소득층이나 실직 등으로 의료 취약계층이 된 이들의 의료비 감면 사업 등이 당장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복지부는 ‘그린코스메틱’ 등 화장품산업과 해외환자 유치 등 보건산업 육성 예산은 올해 370억원에서 내년 758억원으로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허윤정 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복지부의 고유사업인 사회적 약자들의 예산을 털어 해외환자 유치나 화장품 산업을 육성시키는 등 이명박 정부의 복지철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김양중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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