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4.14 22:04 수정 : 2010.04.14 22:04

12일 전원위원회 당시 국가인권위원 주요 발언

“박원순 소송 의견제출은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원에 의견 제출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김태훈 인권위원) “인권위보다 사법부가 우리나라에서는 인권 전문가다. 우리가 의견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김양원 인권위원)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전원위원회가 열렸다. 인권위 의사 결정의 핵심 기구인 전원위에 이날 올라온 주요 안건은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사건이었다.

인권위서 의견 내도 법원은 답변의무 없어
‘재판에 영향 줄 우려’는 인권법 몰이해 탓

국가를 비판한 개인에게 국가가 명예훼손 소송을 걸어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위는 국가의 잘못을 비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원위를 열었다. 앞서 인권위 실무자들은 ‘국가는 명예훼손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전원위에 제출했다. 현병철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의 인권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인권위가 입장을 결정해 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했고, 찬반이 5 대 5 동수로 나오자 현 위원장이 의견 제출 보류를 결정했다.

보수 성향의 김태훈, 최윤희, 김양원, 황덕남, 한태식 인권위원이 의견 제출을 반대한 공통적인 논리는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을 내면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권단체들은 물론 인권위 내부에서조차 “이들 인권위원이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잘 모르거나 아예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권위법 28조는 ‘위원회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법원의 담당재판부 또는 헌법재판소에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사법부에는 ‘권고’가 아닌 ‘의견’을 내도록 하고 있어 이 조항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권고’는 피권고기관이 조처 결과를 답변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의견 제출은 답변 의무가 없다.


최윤희 인권위원은 전원위에서 “사실관계를 잘 모르면서 함부로 의견을 내면 안 된다”고 발언해 인권위 실무자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인권위의 한 실무자는 “보고서를 통해 사실 관계를 설명했는데도 ‘함부로 의견을 내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인권위원 스스로 인권위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인권단체연석회의와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13일 성명을 내어 “사법부에 의견표명을 하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이라는 주장 자체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인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수준 이하의 인권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인권위가 인권과 직결되는 판결과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인권위는 정권의 ‘꼭두각시’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