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4.26 22:29 수정 : 2010.04.26 22:29

의결정족수 못채워 채택 안해
인권단체 “스스로 역할 포기” 비판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내는 것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던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기로 했다.

인권위는 26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국가정보원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재판을 진행중인 재판부에 공식의견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원위는 재적위원 11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공식의견을 채택할 수 있지만, 이날 전원위에서는 위원 5명만 찬성 의견을 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가진 위원이 5 대 5로 팽팽한 상황에서, ‘열쇠’를 쥐고 있던 현 위원장이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혀 결국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찬성한 인권위원들은 “국가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걸면 국민들이 자유롭게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반대한 위원들은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에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지켜보자”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이날 인권위의 공식의견 채택이 무산되자 “보수 성향의 인권위원들이 늘어난 인권위가 국가 인권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배여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박원순 상임이사 같은 명망가조차 국가에 소송을 당하는 현실에서 보통 시민들의 표현 자유는 어떻게 확보될 수 있겠느냐”며 “진보·보수를 떠나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인권위 스스로 제 역할을 접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정원은 박 상임이사가 지난해 6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를 무단 사찰했다”고 주장하자, 그해 9월 “허위 사실로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인권위 실무진들은 이달 초 이번 사안과 관련해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국가가 명예훼손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내부보고서를 전원위원회에 제출했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