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01 20:15
수정 : 2010.12.0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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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회원들이 1일 낮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백범기념관 앞에서 정부 행사와 별도로 고유제를 지내는 동안 정금자(61·경주)씨가 한국전쟁 당시 끌려간 뒤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버지를 부르며 울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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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희생’ 유족들, 진실위 행사 거부 별도 추모제
“진상조사·발굴대책 없고 위원장 망언까지” 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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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백범기념관에서 진실화해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유제 및 전국합동추모제’에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분향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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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12월31일 활동 종료를 앞두고 1일 오후 2시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고유제 및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과 주한 외교사절, 유족 대표, 시민단체 관계자, 유족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이영조 진실화해위원장은 추모사에서 “국민의 안전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거나 국민의 생명권이 경시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오랜 세월 동안 정부의 무관심으로 고통받았던 유족들은 이날 위령제가 열리는 기념관 바깥에서 따로 위령제와 집회를 열어야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요구해 온 유해발굴과 추모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는 것에 분노하며 “진실화해위원회에는 진실도 화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또 “이영조 위원장이 4·3항쟁과 광주 민주화운동을 ‘공산주의 폭동’, ‘민중 반란’ 등으로 폄훼했다”며 “정부가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의 권고사항도 번복하고, 60여년 동안 고통을 당해온 유족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날도 이 위원장은 유족들이 요구한 ‘정부의 사과’ 대신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만을 전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오원록 상임의장은 진실화해위의 추모제에 불참하고 “이곳에서 유족들이 여는 위령제가 진짜”라고 맞섰다.
앞서 이날 오후 1시에는 또다른 유족단체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연합회가 백범기념관 이봉창 열사 동상 앞에서 위령제를 열었다. 여섯살 때 대전 산내사건으로 아버지와 삼촌이 희생됐다는 김아무개(66)씨는 “진실화해위는 오늘로 민간인 학살 문제가 다 끝나기를 바란다”며 “유해를 발굴하고 추모관 추모시설을 세우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진실위가 지금껏 유족들이 요구해 온 진상조사와 유해발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대책도 없이 활동을 종료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는 이날 ‘긴급결의문’을 내어 “미신청 유족을 위해 신청기간을 연장하고 진실화해위 활동을 계속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유족들은 “한국전쟁을 전후해 저절러진 반인륜적 범죄로 130여만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며 “그런데도 진실화해위는 전체 건수의 1%도 안 되는 8천건만 신고받아 조사를 벌였고, 나머지 99%의 사건은 미신고 처리돼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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