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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률(50·전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 의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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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자체 첫 인권전담부서 담당관 이경률씨
광주항쟁 체험한 ‘운동권’ 출신
첫 개방형 인권공무원에 발탁
“자유·평등 녹아든 지역 만들 것”
광주시가 첫 공모한 개방형 인권담당관에 두 차례 투옥 경력이 있는 운동권 출신이 뽑혔다. 전남대 80학번으로 5·18 체험세대인 이경률(50·사진·전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 의장)씨는 17일 임용이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자 “5·18 영령들이 꿈꿨던 도시를 만들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인권을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추진하려고 인권 전담 부서를 둔 것은 미국 뉴욕·유진, 일본 도쿄·오사카 등에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선 광주시가 처음이다.
“애초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1980년 5·18이 인생을 바꾸었죠. 그 뒤론 민주·통일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렇게 공무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이씨는 “민선 5기 들어 광주시가 추진하는 인권도시 만들기 사업을 보면서 참여하기로 결심을 했다”며 “인권도시가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이웃을 배려하는 실천운동으로 자리잡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남대 1학년이던 80년 5월21일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집단발포 현장을 목격한 뒤 곧바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30년 동안 학생·청년·통일 운동을 펼치면서 91년 분신정국 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95년 범민족대회 때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두 차례 투옥 경력과 강단진 연설 솜씨 덕분에 늘 달갑지 않은 ‘강경’ 딱지를 달고 다니기도 했다.
공직과는 인연이 없어보이던 이씨는 지난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명예를 회복하자 최근 광주시의 4급 상당 인권담당관 공모에 지원했다. 행정조직과 시민단체를 연결하는 가교 구실을 강조한 그의 인권활동 계획서는 3명의 지원자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씨는 24일부터 출근해 2년 임기를 시작한다. 3팀 14명의 공무원을 이끌 그에게 첫번째 사업을 묻자 “생활 속의 인권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시청 공무원부터 인권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며 “특히 5·18의 정신과 가치가 도시생활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이어 “장애인·여성·노인·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들한테 ‘아, 광주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 모른다’는 반응을 듣고 싶다”며 “분야별로 인권 실태조사를 벌이고 인권지수 개발·인권의식 교육·인권도시 연대·5·18 세계화 등을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금남로에 시민군 윤상원 열사의 상징물을 배치하는 등 방문객들이 광주에서 자유와 평등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볼 겁니다. 공무원이 바뀌고, 시민단체가 달라지면 도시 전체가 ‘5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테니까요.”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광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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