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18 11:14
수정 : 2013.12.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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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의 아동건강 전문가인 프랜 차베스 교수가 ‘임산부·영유아 가정방문’ 간호사를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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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대한민국 지역사회복지대상]
광역부문 대상
서울시 ‘임산부·영유아 건강관리’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방문간호사 김은영씨가 조성미씨 집을 찾았다. 조씨는 첫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 여기에 육아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친 상태였다. 이날 김 간호사를 보자마자 조씨는 “아이가 한시간도 넘게 우는데 이유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 간호사가 휴대용 디브이디(DVD) 플레이어를 꺼내 영상을 보여준다. ‘아기의 울음’이란 교육프로그램으로 아이가 울 때 산모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어 1시간여 동안 조씨의 궁금증에 대한 김 간호사의 답이 계속됐다. 조씨는 “간호사 선생님이 직접 방문해 고충을 잘 들어주시고, 유의사항을 꼼꼼히 일러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임산부·영유아 가정방문 건강관리 사업’의 모습이다.
이 사업은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산모가 겪는 부담을 줄이고 아기의 건강한 발달을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 등지에서 효과가 입증된 프로그램(MECSH)을 서울의 실정에 맞게 개발해 도입한 것이다. 대상은 임신 20주 이후부터 출산 뒤 만 2살까지의 임산부 및 영유아이며, 평가기준에 따라 방문횟수가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분만 전 1회, 출산 후 1회로 총 2회의 방문서비스가 제공된다.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미혼모, 23살 미만의 어린 산모, 산전후 우울증, 자살충동 등의 어려움을 겪는 가정은 임신 때부터 아이가 만 2살 때까지 총 25번까지 방문한다. 산모에게 모유수유 교육, 신생아 달래기 및 돌보기 교육, 신생아 건강평가, 산후우울평가, 사회심리평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필요한 경우 지역사회 내 각종 기관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산모의 우울증이나 자살시도 같은 문제가 있는 경우에 정신보건센터나 자살예방센터와의 연계가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자살예방에 주목해 이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방문간호사가 ‘자살예방지킴이’ 교육을 이수했으며, 다문화가정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연계하는 등 연계서비스를 위해 1명의 전담 사회복지사가 배치돼 있다.
서울시로부터 이 사업을 위탁받아 사업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 조성현 교수(간호학)는 “현금이나 현물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서비스와 달리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산모와 더불어 ‘아이’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이 사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산모의 측면에서 모유수유율 증가, 아기에 대한 애착도 증가, 양육역량 강화, 산후우울증 감소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기의 측면에서도 지체아 감소,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의 감소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서울시 쪽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내년에는 10개 자치구로 확대해 서울시 출생아의 45%에게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강영자 서울시 복지건강실 가족건강팀장은 “이 사업은 아이 양육에 서툰 임산부에게 양육 방법을 알려줘 임산부와 아이, 가족 모두의 건강을 지켜준다”며 “전문인력에 대한 기본교육과 심화교육 과정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사업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원
hisp_k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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