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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2 19:22 수정 : 2014.03.02 21:26

공유정옥(오른쪽 두번째·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씨

‘반올림’ 활동 이끈 공유정옥씨

영화보며 지난 일 떠올라 눈시울
“반도체 직업병 최초로 제기 성과
산재 개혁 등 해결할 문제 많아”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마음을, 지혜를, 힘을 모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고 단순히 ‘삼성이 밉다’라고 하고 만다면 그냥 분노에 그치는 겁니다. ‘누구 탓’을 넘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또 하나의 주역은 노동자인권모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다. 산업의학 전문의인 공유정옥(오른쪽 두번째 사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씨는 이종란 노무사 등과 함께 반올림의 활동을 이끈 이들 가운데 하나다. 영화에서는 이 노무사와 공유씨를 합한 인물인 ‘유난주’(김규리 분) 노무사로 등장한다. 공유씨는 2일 <한겨레>에 영화에 얽힌 뒷얘기와 반도체 노동자 등의 산업재해·건강권에 대해 털어놓았다.

“실제로는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투병 중인 분의 집에서 제보자를 만났고, 나중에 그가 국정감사에서 회사 쪽 증인으로 나왔어요. 영화에서는 투병 중인 분의 병실 앞에서 제보자를 만나고, 그가 재판에서 회사 쪽 증인으로 나옵니다. 또 삼성전자 본관 근처에서 평화적인 추모 피케팅을 하다가 경찰에 연행돼 이틀 동안 유치장 신세를 졌는데, 영화에서는 경비원들과 충돌해 연행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영화를 두 번 보면서 새삼 지난 일들이 떠올라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는 공유씨는 주의 깊게 본 장면을 꼭히 하나 들라면 ‘승소 순간’이라고 말했다. “반올림은 한국 사회 최초로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를 제기하고 싸웠습니다. 그 결과 반도체 노동자들이 자기 일터에도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점, 정부에서 반도체 산업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조사연구를 하도록 만든 점, 일부이기는 하나 반도체 회사들이 작업환경을 개선하게 된 점,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반도체 산업의 위험이나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문제점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된 점 등은 성과라고 봅니다.”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를 싸움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매섭다. “첫째는 피해 노동자가 공식적으로 산재 인정을 받게 하고, 직업병을 은폐하는 산재보험 구조의 문제점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되찾아 이들 스스로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즉 병들고 죽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반도체·전자산업의 직업병이나 환경오염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더 취약한 지역으로 마구 퍼져가지 못하도록 막는 일입니다.”

영화를 보면 기업이 공장에서 사용한 유해약품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산업재해 보상과 무관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취급하는 화학물질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회사는 책임지고 그 화학물질의 위해성과 위험성을 알려야 된다”며 몇몇 제도적 허점들도 지적했다. “법은 포괄적 관리목록을 만들어 놓도록 하는데요, 목록 외의 물질들은 규제를 못해요. 반도체 공장에서도 법적으로 특정해야 하는 물질은 사용물질의 10%밖에 안 돼요.”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반올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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