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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02 18:56 수정 : 2014.07.02 20:54

이주민 도우미 미국인 타나리

이주민 도우미 미국인 타나리
10대 한류 빠져 대학 한국학 전공
한국문화 동아리 만들어 활동도
“한국말로 인종차별 강의하고파”

“케이팝(K-pop)과 한국 문화, 한국 사람들은 정말 좋지만,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하는 인식은 안타깝습니다.” 이주민 지원 단체인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이하 희망의친구들) 사무실에서 만난 미국인 나리쓰 타(24·사진)는 한국 생활에서 느낀 문제를 솔직하게 지적했다.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 재학중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지난 2월부터 고려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그는 필수과정인 봉사활동의 하나로 희망의친구들에서 5개월째 인턴으로 있다. 그는 사람들이 부르기 쉽도록 한국 이름 ‘타나리’도 지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웨스트코비나에서 나고 자란 그는 10대 시절부터 한국 사랑에 푹 빠진 ‘한류 전도사’였다. 인터넷으로 접한 ‘소녀시대’, ‘빅뱅’의 태양 같은 한국 가수들에게 열광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에 입학해서도 부모 몰래 전공을 ‘한국 문화와 문학’으로 바꿔 공부했고, 석사 학위를 따기 위해 한국학 과정이 있는 하와이대까지 날아갔다. 대학 시절엔 한국 문화 동아리를 만들어 엘에이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 축제의 준비를 돕고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한국 땅에서 그는 케이팝이나 화려한 대중문화보다는 한국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그가 특히 한국의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품게 된 것은 그 역시 미국에서 이주민 2세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혈통이 섞인 아버지는 베트남전 당시 전쟁난민으로 미국에 왔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혼혈인 어머니는 198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캄보디아어 통역도 가능한 그는 희망의친구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들어주고 경기도 남양주의 가구공장 단지를 방문해 열악한 노동환경을 직접 마주하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노동자들에게 그런 시선이 더 심한 것 같아요.”

그는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유독 심한 차별 문제도 체감했다. “캄보디아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경제가 안 좋다 보니 이쪽에서 온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 같아요. 일종의 인종차별이죠. 미국에서는 이주의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에 인종차별에 대한 연구도 많고 사회적인 관심도 큰데, 한국에서는 아직 이 문제 자체가 주변부에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서서히 이슈로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이런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미국의 정부기관이나 비정부기구(NGO)에서 아시아 이주민을 지원하는 일을 할 계획인 그는 언젠가는 한국의 강단에서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국말로 강의도 하고 싶다고 했다.

“제 마음속에 있는 한국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어요. 다만, 한국 사람들이 이주민 문제에 대해 잘 모르거나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런 차별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언어 소통이 잘 안돼서 오해가 생기는 사례도 많고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있어서 앞으로는 문제가 나아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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