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15 11:05
수정 : 2015.02.0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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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8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환자 등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별관 병동.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인가한 최우수 요양병원이었으나, 기저귀값을 아끼려고 2~3일에 한 번밖에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환자가 요로염이 걸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환자는 지난번 화재로 숨졌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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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증언대회 열려…“기저귀값 아끼려 사흘에 한번 교체”
노숙인 퇴원 못하게 막고, 요양보호사는 노조 가입했다 해고
에이즈 환자는 수용할 곳 없어…시설·인력 기준 일반병원 절반
“보건복지부에서 최우수 병원이라고 인가한 사실을 확인하고 치매 걸린 아버님을 장성 요양병원에 모셨습니다. 입원 도중에 요도염에 걸리셨는데 요양병원에 근무한 간호조무사한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저귀값을 아끼려고 환자의 기저귀를 자주 교체하지 않고 2~3일마다 바꿨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20여개월 계시던 아버지는 결국 화재로 돌아가셨습니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요양병원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 유가족 대책위 비대위원장인 이광운씨가 밝힌 사연이다. 이날 증언대회엔 이씨를 비롯해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탈출한 노숙인,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쫓겨난 요양보호사,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이 없는 에이즈 환자와 보호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노숙인 박아무개씨는 아는 사람이 병원에 가면 먹고 쉴 수 있다고 해 인천 강화 베스트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보름 동안 반 감금상태로 있다가 도망쳤다”고 말했다. 박씨는 “퇴원하고 싶다고 병원에 여러 번 말했지만 허락하지 않아 몰래 빠져나왔다”며 “차비가 없어 6시간 넘게 시내까지 걸어나왔다”고 말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다가 노동조합에 가입해 해고된 권아무개씨는 “하는 일이 부끄럽지도 않고 후회도 없다. 다만 가족들도 하기 힘들어하는 일을 하는 건데 최소한 인간적인 모욕감을 느끼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권씨는 “병원의 요구로 보호사 한 명당 맡는 환자 수가 늘어났는데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욕먹는 건 우리였다. 교섭이 잘 안 돼 파업하자 ‘환자 볼모로 파업한다’고 매도됐다”고 토로했다.
에이즈 환자 아들을 둔 한 보호자는 영상을 통해 “에이즈 걸리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있겠나.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는데 그래도 치료받을 권리는 있는 거 아니냐”며 “나라에서도 대책을 세워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송현종 상지대 교수(의료경영학)는 “다른 의료기관이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 1명인데 비해 요양병원은 40명당 1명이고, 간호사 기준도 요양병원이 더 느슨하다”며 “시설 및 인력 기준을 재정비해 병원을 관리하고 요양병원이 전체 의료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날 증언대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에이즈환자 건강권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을 위한 대책위, 요양병원대응 및 홈리스 의료지원체계 개선위,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 대응 및 요양병원 개선대책회의,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등이 공동주최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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