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8 20:14
수정 : 2014.10.28 20:14
2막 상담실
예순에 퇴직하고 서너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함께하지 못한 아내와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싶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집에만 있지 말고 어디 좀 나가지 그래요”라는 말을 아내한테서 들을 때면 ‘내가 집에 있어 불편한가?’ 하는 의문이 들고, 같이 있으면 마음과 다르게 사소한 싸움도 잦아 점점 입을 다물게 됩니다. 부부가 함께 노년을 편안하게 지내고 싶은데 당황스럽습니다.
말씀하신 ‘부부가 함께하는 편안한 노년’이라는 멋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한번 살펴볼까요? 지금까지 상담자는 안정적 경제력 확보를 위해 사회에서, 부인은 안정적 환경을 위해 양육과 가사로 가정에서 각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퇴직 뒤 상담자 처지에서는 활동 영역이 바뀌고, 부인으로선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하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셈입니다. 인생 2막의 ‘신혼 시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인생 2막은 ‘새로움’이 가득한 장면입니다. 늘 지내던 ‘집’, 지금까지 함께 생활한 ‘아내’가 아니라, 신혼 초처럼 새롭게 서로 알아가는 재미가 무궁무진한 시기라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배우려는 신입사원처럼 부부가 함께 2막에 필요한 배움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길 권해 드립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관계’에 관한 지식입니다. 노년에는 어떤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는지, 남자와 여자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부부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정·생각·열망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표현해야 하는지, 내가 쉽게 화내는 영역이 어떤 것인지, 갈등이 왜 생기고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 등의 주제를 이제 배워야 할 때입니다. ‘관계’에 대한 지식은 특히 한국인의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므로 학습과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 앞을 보고 열심히 달렸던 시간에는 ‘여유 있을 때 하자’며 뒤로 밀리기 쉬운 주제이지요. 시간 여유가 생기고 생을 아름답게 정리할 수 있는 시기에, 이런 주제를 부부가 함께 배우기 시작하고 함께 연습한다면 그 삶의 과정이 바로 행복한 노년의 부부 모습이 될 것입니다. 다행히 최근 주민자치센터와 인생이모작지원센터, 행복학교 등 여러 기관에서 시니어를 위한 교육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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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진 에코(ECHO)행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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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상황에서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이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부부가 함께하는 편안한 노년의 삶’이라는 애초의 목표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이 목표를 이루겠다는 열정으로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면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행복학 관련 학자들도 ‘행복도 학습되고, 배운 대로 훈련하면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으니까요.
김연진 에코(ECHO)행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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