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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18 20:31 수정 : 2014.11.19 11:10

지난 15일 성남시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에서 올해 마지막 마실장터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마실장터를 기획한 사단법인 러브릿지의 이경례ㆍ이선희ㆍ원일순씨, 직접 수확해 말린 호박을 판매하러 나온 송기병ㆍ박은란 부부, 남동생이 재배한 사과를 갖고 나온 이여주씨다. 성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성남 본시가지 마을활동가 이선희 씨

서울 청계천 주변은 196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표적인 판자촌이었다. 1969년 박정희 정권은 청계천 위를 덮고 고가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판자촌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철거민을 강제 이주시키기 위해 조성된 신도시가 경기도 광주군의 광주 대단지다. 지금의 성남시 수정구·중원구 자리다. 성남 시민들은 분당·판교 신도시와 구별해서 이곳을 본시가지라 부른다.

청계천서 강제이주된 철거민 후손과
유아대안학교·청소년교육단체 만들어

남한산성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계기
매달 마실장터 열어 주민 자긍심 고취
기부금으로 학교주변 유해환경 개선

1995년 남편의 직장을 따라 서울에서 성남 본시가지로 이사한 이선희(50)씨가 마을의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교직을 그만두고 기독교 계열 사립유치원의 운영을 맡게 되면서 철거민 후손인 학부모들의 고민과 본격적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철거민 1세대인 부모로부터 성공해서 한 맺힌 본시가지를 떠나라는 당부를 듣고 자란 세대다. 본시가지는 언제든지 벗어나야 할 곳이라고 생각해 유치원의 교육 내용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씨는 2009년 사립유치원을 유아대안학교로 전환하고, 학부모들과 함께 2012년 금광청소년문화의집을, 지난해 청소년교육단체 사단법인 러브릿지를 잇따라 만들었다. 매달 1만원씩 회비를 내는 회원만 100여명이 모였다. 상임이사를 맡은 이씨를 비롯한 모든 임원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러브릿지에는 어른만 있는 게 아니다. 학생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특히 모란시장 주변 8개 고등학교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으로 구성된 청소년문화혁신위원회(청문위)의 활동이 눈에 띈다. 이들 학교 주변에는 수십개의 모텔·단란주점·윤락업소가 즐비하다. 2012년 처음 구성된 청문위 1기는 학교 주변 유해환경 실태에 관한 논문을 작성해 성남시에 제출했고, 2기는 유해환경 개선을 위해 손수제작물 ‘유시시’(UCC)를 만들고 뮤지컬을 공연했다. 올해 구성된 3기는 유해업소가 나간 점포를 직접 임대하는 ‘게릴라식 침투작전’을 구상했다. 문제는 상가 보증금이었다.

고민하던 이씨는 도움을 받기 위해 희망제작소 행복설계아카데미에 등록했다. 그곳에서 만난 50, 60대들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노후를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홀몸노인과 취약계층이 대부분인 마을의 어르신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은퇴’라는 단어는커녕 당장의 무료급식 한 끼가 급한 마을 어르신들은 ‘시니어’가 아니라 그저 ‘노인’이었다. 그들만의 경험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며 삶의 가치를 인정받을 기회가 필요했다.

지난 6월 인접한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평생 낙후된 지역에 살고 있다는 패배의식에 물든 주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러브릿지의 주부회원 3명과 기획팀을 급히 꾸려 준비 일주일 만인 6월21일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에서 마실장터를 개최했다. 군인 출신 어르신은 평소 산성에서 캐서 담가 온 도라지청과 칡즙을 내놓았다. 병은 며느리와 딸이 예쁘게 포장했다. 요리학원에 다니던 취업준비생은 직접 만든 디저트를 가져왔다. 판매자에게 기부받은 1만원은 청문위의 상가 보증금에 보태졌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정겨웠다. 러브릿지는 좋은 반응에 힘입어 마실장터를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열고 있다. 퇴역군인 어르신은 “만들어놓은 게 다 팔려서 내년 봄에나 나올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디저트를 판매하던 취업준비생은 두번째 마실장터가 끝난 뒤 취업에 성공했다. 새로운 판매자도 등장했다. 다문화가정이 전국에서 세번째로 많은 도시답게 중국 여성들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 전통 음식과 의상 등을 갖고 나와 문화체험 행사를 열었다.

주체적 지역문화공동체 인정받아
9월 시니어드림페스티벌서 우승

이씨의 ‘남한산성 마실장터’ 프로젝트는 지난 9월13일 희망제작소가 개최한 시니어의 사회공헌 아이디어 공모전인 ‘제2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행사는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시니어가 이웃과 사회를 더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청년들과 함께 10주 동안 펼친 사회공헌 활동들을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마실장터가 성남의 지역적 한계성을 극복하고 지역주민 스스로 새로운 문화 생산가가 되는 지역문화공동체를 탄생시켰다는 점을 높이 샀다.

지난 15일 성남시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에서 올해 마지막 마실장터가 열렸다. 쌀쌀한 날씨에도 지역주민과 등산객들이 모여들었다. 송기병(70)·박은란(69) 부부는 강원도 홍성군에서 직접 수확해 말린 호박을 들고 나왔다. 송씨는 “텃밭을 가꾸러 홍성에 갈 때마다 지역 공유경제 활동이 활발하더라”며 “부러워하던 행사가 우리 마을에서도 열린다니 반가워서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 이여주(65)씨는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동생 순천(62)씨와 함께 나왔다. 순천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선 생산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파머스마켓이 마을마다 열린다”며 “아름다운 남한산성을 배경으로 주민이 직접 준비하는 자연친화적 장터가 등산객들에게도 명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어르신들이 활약할 수 있는 전통 음식 코너를 만들고, 등산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기획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선희 러브릿지 상임이사는 “성남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시민운동이나 사회운동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졌을 뿐인데 어느덧 마을활동가가 되어 있었다”며 “유네스코 등재는 시니어들이 철거민 이주 집단의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다음 세대에게 남한산성의 아름다운 가치를 전해줄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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