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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상담실
‘가상 임종’ 스스로 체험 뒤 설계도 그려봐요
50살에 이른 퇴직을 하고 한 달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좀 쉬자 했는데 요즘은 하고 싶은 것도 특별히 없어 하루 종일 집에 앉아 케이블 방송만 이리저리 돌려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한 거지’라는 생각에 허무함도 들고, 이제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정말 막막합니다.
감정은 우리 삶이 행복으로 방향을 잡아가게 하는 신호등 구실을 한답니다. ‘화’는 무언가 내 존재를 위협하니 지켜야 한다는 신호를, ‘부끄러움’은 무언가 내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신호를 잘 읽어야 방향을 잘 잡을 수 있겠지요. 일반적으로 ‘허무함’은 나에게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찾아 내적인 충만함을 채우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면을 채우는 작업을 하나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잠시 눈을 감고 ‘나의 임종 직전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장소는 어디이며, 내 주위에는 누가 있으며, 내 나이는 몇 살쯤으로 보이는지, 내 모습은 어떠한지 등을 상상 속에서 바라보십시오. 어떤 소리가 들리고 어떤 촉감이 느껴지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하신다면 휠씬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감정이 올라올 만큼 충분히 상상하신 뒤에 눈을 뜨고 방금 하신 상상을 기록해 보세요. 이 작업은 여러 번 하셔도 괜찮습니다. 만족감이나 편안함, 감사함 등 행복감과 관련된 감정을 느끼셨다면 그 상상 속의 모습이 선생님에게는 소중한 가치나 의미를 가진 어떤 것일 수 있습니다.
다음 작업으로 ‘이렇게 죽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목록을 작성해 보세요. 비용이나 환경적 제약은 잠시 잊고 이런 모습으로 죽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만 하는 것에 집중해서 소소한 일에서부터 도전이 필요한 일까지 생각나는 대로 모두 기록하시면 좋습니다. 답을 찾는 데 여러 날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그 답을 찾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시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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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진 에코(ECHO)행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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