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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29 14:11 수정 : 2014.12.29 18:17

아시아나항공이 수염을 기른 기장을 비행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는 사규로 임직원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하고 있으나, 외국인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기. 한겨레 자료사진

‘복장 및 용모 규정’에서 금지…외국인 기장은 예외로
노조 “수염과 비행 업무는 무관…과도한 신체 구속”

[한겨레21]

아시아나항공이 수염을 길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장을 한 달 가까이 비행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21>이 입수한 자료를 종합해보면, 2014년 9월12일 오후 비행을 준비하고 있던 ㅇ기장은 김포공항 화장실에서 안전운항 담당 임원과 마주친다. 당시 임원은 기장 턱의 3cm가량 수염에 대해 지적을 했다. 임원과 마주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염을 깎으라는 지시였다. 수염을 기른 외국인 기장들을 본 적이 있었기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근무 복장 및 용모 규정’엔 “수염을 길러서는 안 된다. 다만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한다”고 돼 있다.

이 사규를 확인한 기장은 내국인에 대한 차별적 규정이라고 판단해 수염을 밀고 비행을 하라는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담당 팀장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날 예정된 비행 스케줄을 다른 기장에게 맡겼다. 그날 이후 10월6일까지 비행 정지가 계속됐다. 비행을 할 수 없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나자, 기장은 9월말 수염을 밀고 빨리 업무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팀장에게 전했다. 그로부터 열흘 가량이 지나서야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지상 근무와 훈련을 거쳐 다시 조종석에 앉은 건 10월17일이었다. 현재 기장은 ‘용모 규정 위반 및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추가적인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비행 시간을 일정량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수당도 두 달 동안 받지 못했다.

용모 규정을 이유로 기장이 비행 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다른 항공사의 기장은 “수염이 유독 빨리 자라는 사람이 있다보니, 길러진 상태로 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용모를 이유로 비행을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는 2014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수염 기르는 것을 금지한 ‘임직원 근무 복장 및 용모 규정’ 조항이 남성 직원들의 ‘행복 추구권’ 등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진정을 냈다. 또 다른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회사에서 백인뿐 아니라 일본인과 중국인 기장도 수염을 기르고 있다”며 “사규상 조종사는 승객과 대면하지 말도록 돼 있어 엄격한 용모 규정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12월4일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과 관련해 사기업은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각하한다. 또 헌법 제11조 평등권과 관련해서는 해당 규정이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을 불합리하게 우대하는 규정이라기보다는 상대적 소수인 외국인에 대한 차이를 인정한 규정으로 보이므로 진정을 기각한다”고 답변했다.

ㅇ기장은 지난 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수염을 길렀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비행 정지라는 인사 처분을 통보하고, 임금상 불이익을 준 것은 인사권 남용”이라며 “비행 정지 기간 동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지급해달라”는 구제신청을 냈다. 노조 관계자는 “수염을 금지하는 사규를 직원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인사 규정 절차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거나 징계 처분을 한 것이 아니라 수염을 밀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관리자가 비행 정지를 결정하고 급여까지 지급하지 않은 것은 직원들의 인권을 짓밟는 처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강민주 노무사는 “근본적으로 외국인 기장에게 수염을 허용한다는 건 수염과 비행 업무의 무관함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규는 신체를 과도하게 구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개인에게 사정이 있어도 비행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다. 사규를 위반한 조종사를 비행에서 제외한 건 부당하지 않다. 유니폼을 안 입은 조종사를 비행에 투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박현정 <한겨레21> 기자 saram@hani.co.kr

※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겨레21> 1043호(2015.1.5)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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