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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2.03 20:28 수정 : 2015.02.06 09:25

에티오피아 암하라주 케랄라 보건소에서 출산을 앞둔 산모가 친척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2015 나눔꽃 캠페인] 사람이 중심이다
세이브 더 칠드런, 에티오피아 남부국가민족주를 가다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잘 입고 흥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대륙이지만, 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삶의 질은 낮다.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많은 에티오피아는 주민의 84%가 농사를 짓는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어머니와 아이의 건강지표를 기준으로 정리한 ‘2014 어머니 보고서’를 보면, 이들의 삶의 질은 178개 나라 중 하위권인 149위다. 먹을 물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오지 마을까지 연결되는 의료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에티오피아의 어머니와 아이를 위한 지원사업을 해왔다. 2011~2013년에는 커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의 남부국가민족주(SNNPR) 시다마 지역에서 보건소를 짓거나 보건 전문인력을 교육하는 사업을 실시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같은 주 구라기·란파로 지역에서도 같은 사업을 시작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지난달 12~14일 이 지역을 방문해 실태를 살펴봤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2011년 집계한 남부국가민족주의 5살 미만 아동 사망률은 전반적으로 가난한 이 나라 안에서도 높은 편이다. 신생아 1000명 중 38명이 태어나자마자 숨졌다. 5살 미만 사망률은 1000명 중 116명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사업이 잘 진행된다면 22만7000여명의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봐줄 의료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2012년 12월 에티오피아 알리마즈 아둘라와 딸 미리카가 보건소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지난달 14일 에티오피아 남부국가민족주 시다마 존 쉐베디오 지역 호월소 보건지소에서 일하는 보건전문가 자하라 누리(30, 맨 왼쪽)가 보건지소를 방문한 마을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엄마·아이 건강지표 178개국 149위
앰뷸런스·보건소 부족 집에서 출산
신생아 사망 1000명당 38명이나 돼

먹을 물도 없어 분만실 청결은 요원
보건소 개보수 사업 덕 사산아 줄어
산모들 “보건소 더 많이 생겼으면”

■ 물이 안 나오는 보건시설

란파로 지역에서는 지난 5개월 동안 2000여명의 산모가 보건소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이 지역에는 5개의 보건소와 보건소보다 낮은 단계의 서비스를 하는 27개의 보건지소가 있다. 전체 보건소를 관리하는 보건사무소장 마무쉬 후세인에게 가장 풀기 어려운 고민은 ‘물’이다. 그는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어 문제다. 27개 보건지소 중 6곳만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발행한 ‘마시는 물과 위생’ 보고서를 보면, ‘더러운 물’을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7억6100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0%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집중돼있다.

마을과 마을을 오가는 사이 아이들이 전통 우물에서 물을 기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손으로 물을 퍼마시는 아이들도 많다. 마실 물도 부족한 지경이다 보니 위생이 필수여야 하는 보건소에서도 물이 부족하다. 병실 바닥을 청소하거나 분만실에 쓸 물조차 부족하다.

라비야(25)는 란파로 보건사무소에서 차로 약 30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루케 쿠두사 보건지소에서 일한다. 1093가구 5358명의 주민이 이 보건지소를 이용한다. 라비야는 63명의 산모를 돌보고 있다. “보건지소에 물이 없어서 주민들이 직접 길러다 줍니다. 45분을 걸어가야 물을 구할 수 있는데 그 물도 깨끗하지 않아 약품 처리한 후 써야 하죠. 자전거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보건지소는 항상 부족한 게 많다.

■ 550만원이면 보건소 수리

메르켑 테르페(27)는 마라코 지역 호베 자라데마코 보건지소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넷째 아이를 임신한 지 5개월째다. 그는 “깨끗하고 안전한 보건소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다. 출산과 관련한 지식은 이 보건지소에서 일하는 벨레이네쉬 헬리고(26)한테서 배웠다.

26개 마을이 있는 마라코 지역에는 3개 보건소와 26개 보건지소가 있다. 이 지역 보건사무소장인 후세인 쉐레파(24)는 “보건소가 생긴 뒤 보건증진인력(보건소 근무자)에 의한 분만율이 18%에서 30%로 올라갔다. 보건소를 2개 더 늘리고 싶다”고 했다. 보건소를 새로 지으려면 1600만원이 든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시멘트와 양철지붕, 못을 제공한다. 마을 주민들도 나무와 진흙, 노동력을 대야 한다.

지금 있는 보건지소들도 수리가 필요하다. 일단 26개의 보건지소 중 4곳만 수리하기로 했다. 비용은 한곳당 550만원 정도다. 메르켑 테르페가 이용하는 호베 자라데마코 보건지소는 아쉽게도 수리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다. 벨레이네쉬 헬리고는 “우리도 수리비를 지원받고 싶었지만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주민들이 보건지소를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많은 노력을 한다”고 했다. 그는 흰개미가 보건소 나무기둥을 갉아먹고 있어 주민들 걱정이 많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에티오피아 남부국가민족주 구라기 지역 마라코의 루케 쿠두사 보건지소를 찾은 알리카 쉬파(27)가 다섯째 아이를 안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보건소에서 아이 낳는 꿈

지난 2년 동안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가 지원해온 시다마 지역은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 호월소 보건지소의 보건전문인력인 자하라 누리(30)는 “예전에는 산모들이 집에서 혼자 아이를 낳았는데 이제는 보건소를 많이 찾아온다. 가족계획을 하고 싶다며 방법을 알려달라고도 한다”고 했다. 부리소 불리쇼 샤샤모(34) 보건소장은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으로 보건지소를 수리할 수 있었고 약품을 제공받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이 지역 6개의 보건지소가 수리를 마쳤다. 길이 험해 가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보건지소도 말끔히 수리했다. 이전에는 5살 미만 영유아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특히 부족했는데 전문인력 교육을 통해 많이 개선됐다고 한다. 컴퓨터는 물론 2대의 앰뷸런스와 5대의 오토바이도 생겼다. 에티오피아 정부도 이 지역의 3개 보건지소를 수리할 예정이다.

“막내를 보건소에서 낳았어요. 앰뷸런스가 와서 보건소에 갔는데, 아기를 낳고 24시간 동안 조리를 했지요.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른 아이들은 집에서 낳았는데, 꼭 보건소에서 아이 낳으라고 주변에 말해요. 엄마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요.”

란파로 지역에서 만난 다섯 아이의 엄마 알레카 쉬파(27)는 어머니와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보건소가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란파로 토라보건소의 조산사 사마리아(24)는 “보건소에서 출산하는 산모가 늘면서 마을에 사산아가 줄었다. 집에서 낳는 것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나마 있는 보건소들도 분만키트나 분만대, 갓난아기를 돌볼 기구와 약품, 산모를 데리러 갈 앰뷸런스와 오토바이 등의 운송수단이 부족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에티오피아 남부국가민족주 구라기존 마라코 지역 골라쿠메나 마을 근처 우물에서 물을 기르려고 기다리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많은 아이들은 부족한 식수를 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에티오피아 남부국가민족주 구라기 지역 마라코의 호베 자라데마코 보건지소에서 일하는 보건증진요원 비레이네쉬 헬리고(26)가 5세미만 영유아들을 무료로 치료해줄 수 있는 약품에 대해 설명하며 의약품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2012년 12월 에티오피아 레메다 마을, 레메다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생후 6개월인 이트바렉 네가쉬와 엄마 메시키트.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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