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03 20:14
수정 : 2015.03.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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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장충동 만해엔지오교육센터에서 열린 장발장은행 출범 기자회견 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송영삼 전 광주지방교정청장, 최정학 방송통신대 교수, 홍세화 은행장,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서해성 작가, 김희수 변호사, 도재형 이화여대 교수, 조영민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기획팀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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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류딱지 훼손 치매노인 등
은행, 첫 대출자로 4명 선정
“지금 벌금 내러 가는 길입니다. 밤에 잠을 못 잤어요. 이거 안 갚으면 제가 인간이 아니죠. 정말 감사합니다.”
현아무개(51)씨는 지난해 11월 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다. 노란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교차로를 지나다 상대방 차를 들이받았다. 일용직노동자인 현씨는 갈비뼈와 다리가 부러져 7주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신호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이 나왔지만 막막했다. 오는 11일까지 벌금을 못 내면 교도소에서 노역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현씨는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던 부인과 중·고생인 3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했다. 그때 언론보도를 통해 벌금을 대출해 주는 장발장은행을 알게 됐다.
벌금 낼 돈이 없어 노역으로 대신해야 하는
생계형 범죄자들에게 벌금을 대출해주는 장발장은행 첫 대출자 4명이 3일 정해졌다.
장발장은행 대출심사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죄명, 죄질, 벌금액, 소득 상태, 가족관계, 질병 유무 등을 기준으로 현씨 등 4명을 최종 선정했다. 압류된 살림에 붙은 딱지를 훼손했다가 벌금 150만원을 내야 할 처지가 된 김아무개(60)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다. 치매·뇌졸중 약물치료도 받고 있다. 대출 6개월 뒤부터 1년 동안 상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출심사위원회는 김씨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한달에 5만원씩 30개월간 상환하도록 했다.
실업급여를 받던 중 20일간 일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벌금 356만3000원을 내야 했던 허아무개(32)씨에게도 200만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가벼운 상해죄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김아무개(28)씨는 홀로 9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벌금을 대출받은 김씨는 매달 40만원씩 갚기로 했다.
지금까지 장발장은행에는 400여건의 대출 문의가 들어왔고, 이 가운데 17명이 신청서를 냈다. 대출심사위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서류심사를 통과한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했다. 상해죄로 벌금을 받은 김씨는 범죄사실을 확인한 뒤 고민 끝에 포함했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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