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2 20:53
수정 : 2015.06.03 10:10
|
kimyh@hani.co.kr
|
2막 상담실
강박보다 ‘재미 계좌’처럼 즐거운 재무관리를
|
kimyh@hani.co.kr
|
Q: 퇴직했는데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습니다. 취업한 아들이 독립을 했는데도 생활비가 많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줄어든 소득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내의 씀씀이에 짜증을 내게 됩니다. 그런 내 모습에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그까짓 돈 관리할 게 뭐 있나 싶기도 하고 답답합니다.
A: ‘재무적 무력증’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무관리를 해야 하는데 ‘해봐야 뭐가 달라질까’라는 무력증으로 재무관리를 하지 않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역설적으로 돈에 관한 욕망과 불안이 커질 때 더 심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들이 성공했다더라’는 방식을 좇아 섣불리 빚을 내서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하우스푸어’ 신세가 된 사람이 많습니다. 수익률 높다는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만 본 사람도 흔합니다. 더 크게 불려보자고 시작한 재테크가 실패로 끝나고 이러한 상실의 경험이 재무적 무력감으로 연결됩니다.
게다가 누군가 재테크의 정글에서 승자가 돼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들에게 패배당한 기분과 상대적 결핍이 무력감을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결국 번 돈과 나가는 돈의 균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계획과 평가를 해야 하는 재무적 노력을 게을리하기 시작합니다. 광고 문구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상태에 빠진 것이죠.
|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이를 극복하는 길은 자신에게 ‘그래도 빤한 수입에 맞춰 노력해야지’ 식의 강박을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재무관리를 하고자 하는 동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행동경제학자인 캐스 선스타인과 리처드 탈러가 함께 쓴 <넛지>라는 책에 재미있는 해법이 있습니다. ‘넛지’란 억지로 팔을 잡아끄는 것처럼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이 아닌 팔꿈치로 툭 치는 것과 같은 부드러운 개입으로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제안하는 해법은 ‘재미 계좌’입니다. 기간은 짧게 설정하고, 평소 갖고 싶었던 전자기기를 구입하거나 여행 등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부부가 함께하고, 갖고 싶은 것에 대해 계획하고 그에 맞춰 단기 적금 통장을 만드는 것이죠. 통장이 조금씩 채워지고 만기가 다가올수록 말 그대로 재미가 늘어나고 그만큼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면서 재미 계좌를 채우는 일이 즐거워집니다. 부드럽고 즐거운 방식이 자신을 야단치며 절약을 강제하는 것보다 충동적 소비 욕구를 조절하는 데에 더 큰 도움이 됩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