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1급 김용란씨 저상버스 타던 날
자동차 바퀴는 도로의 과속 방지턱을 한 바퀴만 구르면 넘는다. 전동 휠체어 바퀴는 몇 번을 구른 뒤에야 넘을 수 있었다. 인도는 바닥에 두 발로 점을 찍으며 이동하는 비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 길은 바퀴로 선을 그리며 이동하는 신체 장애인에게 불친절했다. 부서져 파였거나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은 여지없이 휠체어를 뒤흔들었다. 여기저기 잡다하게 쌓인 물건들도 통행을 가로막는다. 휠체어는 결국 인도보다 주로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위를 달렸다. 신체 장애 1급 김용란(50)씨는 그때마다 운전자들에게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비키라고 삑삑삑 경음기를 울리고 가는 차들도 있어요.” 오늘은 운수좋은 날, 저상버스 10분만에 도착“예전에 1시간 기다려도 오지 않아 포기했거든요”
버스 도착해 휠체어 고정까지 승객들 따가운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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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장애 1급 김용란(50)씨가 6월24일 경기도 의정부시 어룡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한 저상버스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다. 영상화면 갈무리. 박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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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장애 1급 김용란(50)씨가 지난 6월24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저상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영상화면 갈무리. 박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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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 “더 많은 노선에 저상버스 운행을” 현재 서울시의 전체 시내버스 가운데 저상버스 보급률은 36% 정도다. 그러나 경기도는 13% 정도에 그친다. 전국 평균이 19.9%다. 다섯대 중 한 대 꼴이다. 각 버스 노선의 배차 간격이 15분이라면 1시간15분마다 한 대씩 운행하는 꼴이다. 한참을 기다려야 탈 수 있는 까닭에 저상버스의 증가 속도에 비해 장애인 이용자수는 미미하게 늘고 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저상버스 보급률이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를 봐도, 저상버스는 2010년 1528대에서 2014년 2331대로 52.6% 늘었으나 장애인 이용객 수는 4220명에서 4507명으로 6.8% 느는 데 그쳤다. 2014년 서울시가 일반인 29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저상버스 대수를 늘리라는 요구가 많다. “좀 더 많은 노선에 저상버스가 투입되었으면 한다”, “저상버스를 많이 좀 운행했으면 하고, 실질적으로 장애인 휠체어 탄 분들은 저상버스를 거의 안 탄다고 봐야 한다”, “서울에서 나서 중학생부터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대중교통을 늘 한결같이 이용해왔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대중버스를 이용하는 장면은 딱 한 번 봤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저상버스가 제대로 된 교통수단으로 구실을 하려면 ‘양질 전화의 법칙’이 일어날 만큼 보급대수를 빠르게 늘리라는 게 장애인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영상 박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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