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5 18:07
수정 : 2006.02.06 20:05
<무엇이 왜 어떻게>시리즈
우리나라 참고서의 한계. 시험에 나오지 않을만한 내용은 절대 다루지 않는다. 왜? 점수 올리는 게 공부의 목적이기 때문에. 때문에 호기심 충족이나 확산적 사고의 가능성은 꽉 막힌다. 학생들은 교과서와 참고서 밖으로 한발짝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무엇이 왜 어떻게> 시리즈는 시험 공부용 참고서론 ‘영 아니올시다’ 이다. 질문과 답변식의 단순한 구성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 게 첫번째 이유. 별표나 형형색색 하이라이트, 굵은 글씨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시종일관 대학교재식으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얘기만 한다.
두번째 이유. 요점 정리나, 미니테스트, 형성평가가 없다. 이 책을 본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풀든지 아니면 내용이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는 교과서를 수시로 벗어나 충분히 깊고 전문적이다. 사람들은 이런 책을 교양서적으로 분류해 대학생이나 어른들이 시간날 때 읽는 책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로 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이 시리즈는 ‘딱’이다. 여기저기서 부딪히는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답변에서 다시 생기는 호기심을 연쇄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 가령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줄기세포에 대해 궁금하다면 <유전자>편을 보면 된다. 책을 펼치면 ‘유전자란 무엇인가’ ‘유전자는 어디에 있는가’ ‘DNA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전자는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가’ ‘DNA는 왜 지퍼처럼 열리는 것일까’ ‘유전자의 비밀암호란 무엇일까’ 등 식으로 줄기세포와 유전자에 대한 호기심을 고구마 줄기처럼 엮어가며 해결할 수 있다.
스스로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문제를 직시하고, ‘무엇이’ ‘왜’ ‘어떻게’라며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방식은 결국은 논술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이는 기존의 논술 책들의 접근법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문장 구성이나 전형적인 유형 제시 등 기술적 내용들을 전혀 다루지 않고서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과 창의적이고 발산적인 상상력을 키우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백과사전과 흡사한 구성은 공부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이거나 재미를 붙이고 싶은 아이들에게 적절해 보인다. <세계의 종교> <성경> <고대 그리스> 등과 같은 역사책, <애완동물> <극지방> <우리의 지구> 등과 같은 자연과 야생책, <우리의 몸> <뇌> <현대 물리> 같은 과학책, <자동차> <전기> <멀티미디어> 같은 기술책 등 분야별로 두루 갖추고 있다.
1961년 독일 테슬로프 출판사에서 나온 이 시리즈는 전 세계 25개국에서 6천만부 이상이 팔린 독서논술 학습도서. 현재까지 120권이 나왔으며, 매년 2권이 추가된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29권이 번역돼 나왔다. 테슬로프 토마스 셍 대표는 “2~3개월안에 책에 관련된 내용들을 언제든 묻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한국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담/각 권 9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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