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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0 14:29 수정 : 2006.02.23 16:05

한 포털사이트에는 추가합격을 기다리는 예비번호 대기자들이 불안해하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예비번호 대기자들, 하루하루가 좌불안석

대학 합격자발표가 모두 끝난 지금 대학에 지원했던 학생들은 희비가 교차했다. 대학에 안전하게 진학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낙오자가 되어 재수를 하거나 포기를 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채 인생의 당락을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는 예비번호 대기자들은 누구보다도 불안하고 초조하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으려 해도 한 쪽 구석에 자리한 불안한 마음은 생각보다 힘들다.

장은진(가명, 이화여고) 양은 성적이 좋았지만 대학에만 목숨 거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학 합격여부를 가족들이 알려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장양은 지원한 대학 세 곳 중 이미 한 곳은 떨어졌고 두 곳은 예비번호를 받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사실이 자신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낙천적이던 성격도 대학 앞에서는 불안, 초조
화목했던 가정에도 싸움의 불씨

장 양은 “나름대로 하향지원을 했었는데 결과가 막상 이러니까 불안하고 조마조마 하더라구요. 예비번호가 앞이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돼요. 또 주변 사람들이 학교 어디 붙었냐고 물을 때마다 예비라고 말하기도 민망하고 그래요”라며 최근의 심경을 설명했다.

친구들끼리도 서로 우울해하기 때문에 잘 물어보지 않는다고 한다. 장 양은 “제 친구 한 명은 예비번호가 멀어서 많이 우울해하고 짜증을 내는 등 슬럼프를 겪고 있더라구요. 옆에서 보기가 너무 안타까워요. 재수고민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며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많이 속상했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번호 대기자 K양은 평소 모의고사 점수가 일명 SKY를 바라볼 정도로 높았다. 이에 부모의 기대치도 높았고 자신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SKY보다 점수가 낮은 대학도 떨어진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성적에 대해 뭐라고 한 적 없던 부모도 실망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국 딸에게 “한심하다”라고 말하는 상황이 되었고 K양은 부모와 많은 다툼을 하게 되었다. K양은 “모의고사 점수도 좋았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수능에서 조금 삐끗했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나한테 그럴 줄 몰랐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남고를 졸업하고 재수를 했던 김재근 군은 대학교 세 곳 모두 예비번호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김 군은 “셋 중 하나는 붙을 줄 알았더니 어이없어요. 올 해 하향지원을 많이 했더라구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군은 “뭔가 확정이 안되니까 생활의 안정이 안 돼서 좀 힘들어요. 무엇보다 집안의 기대도 만만치 않은데다 재수했던 시간이 헛되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예비번호가 앞이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돼
가장 힘든 건 또 다시 헛된 시간을 보내게 될까봐 불안한 것

무엇보다 그를 옥죄고 있는 것은 군대문제. 김 군은 “젊었을 때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계획한 일도 있는데 다시 시험을 치거나 군대에 끌려간다고 생각하니 암담할 뿐입니다”라고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올해 배문고를 졸업한 임충환 군도 답답한 사정은 마찬가지. 아버지가 원하는 곳으로 지원을 했지만 이미 한 군데는 떨어지고 두 군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임 군은 “제가 제일 무서운 건 재수에요. 벌써부터 재수를 시작한 친구들이 재수하자고 하면 대학은 가야하니까 솔직히 좀 흔들리더라구요. 하지만 끝까지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알바를 해도, 밥을 먹어도, 친구들과 놀아도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는 예비번호 대기자들. 이들은 언제 울릴지 모르는 합격전화를 기다리며 쓰린 속을 달랠 뿐이다.

전제순 기자 sweet-jesoon@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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