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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5 14:49 수정 : 2006.02.15 15:11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학교들이 북적북적 모두가 살아있음을 힘차게 표시할 아이들을 맞겠다며 물밑 준비작업, 즉 새학기 준비에 정신없이 바쁘다.

불과 며칠 전 어느새 훌쩍 다 커버린 녀석들은 제법 으젓하게시리 그동안의 간섭과 구속을 박차고 나아갔다. 이젠 모두가 내세상 넓고 파란 저 하늘을 맘껏 날아다닐 듯 뻗쳐 오르는 패기를 주체하질 못한 채 말이다. 한 학년씩 올라갈 준비에 나름대로 정신없을 재학생들도 학기말 방학이라며 학교를 비웠으니 썰렁하기만 했었는 데 말이다.

아니 그런데 이게 왠 일일까? 멋 모르고 까불까불 조금 박차고 올랐더니만 그 다음 방향이 막막하다잖는가. 학교 다닐 적 이 때쯤이면 벌써 선생님이 짠 나타나셔서는 "얘들아! 이 쪽이다. 한 2시간만 참고 날면 시원한 그늘이 기다릴 거야. 조그만 참자"라며 인도해 주셨을 텐데. 선생님이 보이질 않는다. 엄마, 아빠의 손도 벌써 놓아 버린 지 오래이고 말이다.

한참을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헤매이다가 조금씩 조금씩 날개에 힘을 얻고 실수와 눈물 투성이의 상처를 영광스레 품은 채 그 길을 향해 더욱 정진하리라. 그런 우리 아이들이 자신있게 삶의 거리를 활보하며 미래를 이끌 소중한 역량을 맘껏 키울 수 있길 다만 소망할 뿐이다.

이렇듯 허전해 하는 선생님 마음을 녀석들도 알기는 할까? 그냥 졸업한다고 들떠 가지고는 주변이 도무지 눈에 띄질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떠나간 자리를 꿰차고 들어 올 새내기들이 기대와 설레임으로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이별과 만남이 스쳐 지나가는 희한한 감정의 시점이다.

조카 녀석도 중학교를 졸업하고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고등학교 배정 통보를 기다리고있었잖은가? 평준화 지역에서의 고등학교 배정은 지역마다 특색이 있을 터이지만 녀석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고등학교 배정도 나름의 공정한 원칙에 따라 제 1순위에서 부터 저 아래 순위까지 희망 고등학교를 정하고 규정에 따라 배정이 확정된다는 것이다.

제 1지망교에 기분좋게 배정되면야 당장은 얼마나 좋았을까만 컴퓨터라는 기계가 원칙에 따라 배정시키는 권한(?)을 어디 조카녀석의 희망 따라 작동을 해 줘야 말이지 않는가? 마치 Lotto복권 추첨처럼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테니 쉬운 듯 어려운 듯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으리라. 지금 설사 맘에 쏙 들지 않는 학교이지만 삶의 결국엔 이 학교 배정이 너무도 좋았다는 감사로 바뀔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기에 너무 슬퍼하거나 좋아 날뛸 일만은 아니리라.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정말 '그 학교만 아니었으면...' 했던 학교에 배정되었다는 통보에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고교 평준화가 시행되고 정착된 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그러기에 학교간 차별이 있을 수 없을 테고 말이다. 물론 조카가 살고 있는 지역은 평준화된 지가 그리 오래지 않기에 여전히 중학교적 실력(?)에 따라 학교의 순위가 정해??던 그 시절의 향수와 그림자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도 부인하긴 쉽진 않지만 말이다.

'평준화'란 의미 그대로 이미 조카가 사는 지역의 모든 고등학교들이 차별없는 재원을 배정받아 최선의 노력으로 최상의 미래로 키우고 있기에 사실은 어느 학교에 배정되느냐는 별반 차이가 없음에도 물귀신처럼 아직도 평준화 이전 순위가 그 시절 고등학교인 양 그 학교에 배정받지 못했음을 슬퍼하니 참 그 순위의 위력 한 번 끈질기고 대단함을 실감하게 된다.

다만 다니기 훨씬 수월한 집 근처 고등학교를 배정받지 못해 좀 아쉬웠다면, 게다가 출신 중학교의 친한 친구들이 많이 배정받은 고등학교에 같이 다닐 수 없어 속상했다면 혹시 모를까 말이다. 옛적 서열화된 고등학교 시절의 그 순위를 자꾸 떠올리며 가슴 아파한다면 정말 어리석은 일임을 분명히 알아 배정받은 그 고등학교에서 최선을 다하길 간절히 바래 본다. 이처럼 내 조카처럼 속상해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전혀 그럴 일이 아님을 현직 고교 교사로서 힘있게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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