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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6 14:32 수정 : 2006.02.23 15:57

한 학교의 졸업식. 오른쪽의 선배가 후배로부터 껌을 사고 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생회·동아리 졸업 선물 문화, 변화가 필요

한 학교 졸업식 현장. 같은 동아리의 후배들은 졸업한 선배들을 축하하기 위해 포장한 껌 한통을 내밀어 사달라고 한다. 몇 번의 사달라는 조름과 거절 끝에 선배는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 껌을 산다.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살을 부대끼며 같이 활동을 한 고등학생들의 졸업식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일부 학생회와 동아리 사이에서 졸업식 날 선배에게 금반지, 초콜릿, 껌 등을 팔며 시중 판매가 보다 수십 배 많은 돈을 받아 자신들의 뒷풀이에 쓰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시중 판매가 500원인 껌, 선배에게 팔땐 3만원
후배는 졸업축하, 선배는 후배들 ?Q값의 의미

천원짜리 초콜릿을 만원에 팔았다는 민진성(고2·가명)군은 “졸업식이 끝나고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고생했다며 돈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민군은 “돈만 받기 뭐하니 후배들은 쵸콜릿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3만원을 주고 껌을 샀다는 전혁수(20·가명)군은 “졸업식 할 때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껌을 판다”며 “선배들은 고생한 후배들과 졸업식 뒷풀이를 하기 위해 돈을 많이낸다”고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강매도 이루어진다. 3학년이라서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졸업식 날 얼굴도 모르는 후배가 불쑥 찾아와서 졸업선물을 사달라고 조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한진주(고2·가명)양은 “선배들에게 강제로 팔아 그 돈으로 뒷풀이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동아리나 학생회 내에서 껌이나 초콜릿을 주고 돈을 받는 것은 일종의 관례. 후배들은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면서 쵸콜릿, 껌 등을 포장해서 선배에게 팔고 있고, 선배는 졸업식 날 와준 후배에게 밥값이라도 하라는 의미로 시중판매가 보다 비싼 돈을 주고 사고 있다.

졸업축하보단 '저 선배는 얼마 줄까'에 관심이 쏠리기도


졸업하는 고3들은 2학년 때 후배 입장에서 선배들에게 초콜릿이나 껌을 팔고 돈을 받았기 때문에 졸업식 날, 자연스럽게 돈을 준비해간다. 마찬가지로 후배들 역시 내년 자신들의 졸업식에 돈을 줄 것을 생각하면서 거리낌 없이 비싸게 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후배들이 강매하는 바람에 서로 간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초콜릿이나 껌 대신에 금반지를 주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초콜릿과 껌 보단 좀 더 정성이 들어간 선물이지만, 이 역시 원래 값보다 더 비싸게 팔고 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초콜릿이나 껌, 금반지를 졸업식 날 주는 문화가 처음엔 선, 후배 간에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졸업 축하의 의미는 퇴색되고 얼마에 팔 것인가, 어느 선배가 더 많이 돈을 쓸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선, 후배간에 졸업의미를 나눌 수 있는 시간 필요"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의 김종민(22)간사는 “후배들이 졸업하는 선배에게 선물을 주고, 선배는 후배들 밥 값하라고 돈을 주면서 그 문화가 시작 했지만 지금은 돈이라는 형식만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졸업식 날 케익 같은 걸 하나사서 선후배간 졸업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졸업식에 껌, 초콜릿을 선배에게 비싸게 팔고, 그 돈으로 자신들의 뒷풀이를 하고 있는 졸업식 풍경. 이젠 시중판매가보다 많이 파는 것에 의미를 두는 졸업문화가 아니라 선후 배간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졸업문화가 시급하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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