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9 16:29
수정 : 2006.02.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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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는 만화를 엄마도 함께 보는 것이 자녀와 만화를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번 겨울방학 때 열린 무료 만화교실에 엄마들이 자녀와 함께 참여해 만화 보기, 만화 그리기 등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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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다시보기 4. 세대 넘어 함께 나누는 만화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만화를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보는 만화를 같이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만화를 즐겨보지 않았던 엄마들은 부러 시간을 내어 아이의 만화를 보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스럽다. 만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익숙지 않은 엄마들에게는 만화를 ‘효과 만점’으로 즐길 수 있는 요령이 필요할 듯하다.
먼저 만화는 ‘읽기’가 아니라 ‘보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만화는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특성을 통해 보는 이의 연상 활동을 고양한다는 점을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다. 만화는 단순히 만화 속 글을 읽는 데서 나아가, 글과 그림을 읽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의 복합체이다. 만화를 ‘본다’는 것은 만화를 감상하는 과정이 수동적인 정보 습득이 아니라 능동적인 연상 활동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찬찬히 연상하며 읽은 뒤 대화 나눠야
따라서 만화를 볼 때는 적극적으로 만화에 개입하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우선 보는 이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보자. 주인공이 되어 보면 만화 속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야기도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거니와, 담겨진 지식정보도 맛깔스럽게 감겨온다.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은 만화를 제대로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주인공이 되어 만화의 모든 요소들을 한껏 연상하는 것은 다음 단계다. 먼저 말칸 속의 대사들을 연기해 보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는 어느 명배우의 연기보다 훌륭할 것이다. 배경과 효과음도 나의 연상을 거치면 최적의 배경과 최고 출력의 효과음이 된다. 장면과 장면의 이동도 스스로가 연상해 진행시켜야 한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거리는 나만의 리듬감으로 박진감 있게 구성된다. 만화로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시시하게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다. 성우가 연기한 연기와 기계적으로 녹음된 효과음, 인위적인 편집의 속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애니메이션의 장면이, 내가 만화를 보며 연기하고 구성한 장면만큼 실감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화를 연상하면서 보게 되면 아이의 상상력은 물론이고, 이해력, 구성력, 창의력과 공간감각을 키울 수 있다. 어린이들이 만화를 볼 때 말칸 안의 대사만 후다닥 읽고 넘어가거나 글은 대충 넘기고 그림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엄마가 함께 만화를 감상하면서 아이가 찬찬히 연상하면서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 좋을 것이다. 특히 아이가 미래의 연기자나 연출가를 꿈꾸고 있다면 평소에 만화를 연상하며 보는 습관을 길러 주자. 창의적인 연기력과 연출력을 쌓는 밑바탕이 되어 줄 것이다.
만화 속의 지식정보도 꼼꼼히 챙겨 읽도록 해야 한다. 보통 어린이만화에는 에피소드 사이에 지식정보를 정리해 둔 페이지가 있는데 아이들은 건너뛰기 십상이다. 그런데 만화의 이야기는 이런 지식정보들을 중요한 단서로 삼는다. 지식정보를 건너뛰면 이야기 전개를 100% 이해할 수 없어 그만큼 재미도 덜하게 되고, 무엇보다 지식을 통해 생각을 키우는 경험을 놓치게 된다. 또, 만화를 보다가 모르는 단어나 어려운 내용이 나오면 넘어가지 말고 엄마에게 물어 보게 하거나 함께 사전을 찾아보도록 하자. 자기 생각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없을 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해서 완전한 자기 지식, 자기 생각으로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만화를 동기로 한 자연스러운 책읽기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만화를 보고나면 친구랑, 엄마랑 함께 이야기하도록 이끌어 주는 일도 중요하다. 만화를 보며 얻은 지식으로 생각해 본 내용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 보면 아이는 더 큰 생각을 얻을 수 있다. 막연했던 생각도 이야기를 해 보면 더욱 또렷해지고 자신이 생긴다. 아이의 표현력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지사. 만화를 논술 지도에 활용하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만화는 한번 보고 덮어두면 안 된다. 책도 마찬가지지만 만화는 보고 또 볼수록 새롭다. 새로 볼 때마다 칸과 칸 사이,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먼저 보았을 때 미처 놓쳤던 재미와 지식, 생각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몇 가지 요령으로 아이와 함께 만화를 보면서 아이가 바람직한 만화 보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요령을 통해 우리 엄마들이 만화 보는 참맛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주인공이 되어 연상하며 만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며, 만화를 통해 새삼 접한 지식을 아이와 함께 토론해 보는 지적 유희의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그런 다음 자연스레 어른들을 위한 좋은 만화로 만화 보기의 폭을 넓혀 가면서 만화의 참맛을 이해하게 되면, 아이와 나누는 만화의 깊이는 그만큼 깊어진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와 같이 골라 주고,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공부하면서 새록새록 다져지는 정은 만화가 주는 별책부록이다.
만화읽기 강좌도 들어볼만
최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만화 강좌들이 있어 엄마들에게 도움이 된다. 부천만화정보센터(032-614-3745)는 방학마다 만화 읽기 강좌와 만화 독서지도 교실을 운영한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만화 강좌도 있다. 한솔교육(031-955-3866)은 이번 겨울방학 동안 ‘<사고치기> 일일 만화교실’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만화 읽기와 만화 그리기, 만화퀴즈 대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며, 학기 동안에는 학교나 부녀회 등의 신청을 받아 직접 학교를 찾아가 진행한다고 한다. 만화 지도 교사들을 위한 강좌도 준비하고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편의 만화가 쉬이 세대의 벽을 넘는다. 그것이 문화의 힘이고 만화의 힘이다. 만화가 갖춘 가치 있는 교육과 건전한 오락의 역할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아이와 엄마의 거리는 이만큼 가까워질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나누는 것이다. <끝>
박성식/한솔수북 편집장
hojenhoo-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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