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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0 15:23 수정 : 2006.02.23 15:53

이경혜 지음 ⓒ바람의 아이들

[도동리] ‘어느날 내가죽었습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동기는 솔직히 제목 덕분이다. 어떤 ‘자르르’한’ 기름칠을 하거나 매콤한 양념을 뿌린 그런 제목이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그대로 들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중학생 소설이란 점에 끌렸다. 내가 지금 중학생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줄거리는 중3인 ‘유미’라는 여자아이와 ‘재준’이라는 남자아이의 이야기가 바탕이 된다. 이 둘은 특별한 우정으로 맺어져 있다. 유미는 엄마, 새 아빠, 늦둥이 유현이와 살고 있다. 유미에겐 엄마가 이혼을 했던 날부터 마음에 어둠이 생겼었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내면으로 빠져가던 유미의 영혼을 다시 끌어내준 것이 바로 재준이다.

유미가 전학 온 날, 유미의 건들건들한 인상과 알게 모르게 뿜어 나왔던 그런 독특한 분위기 탓에 아무도 말을 걸지도 않고 그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준이는 미행을 하면서까지 유미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유미는 처음에 그런 재준이가 우습고 신기한 놈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점점 떨어질 수 없는 소중한 친구사이가 되어간다.

재준이에겐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재준이는 그 아이에게 남자다워 보이기 위해 오토바이를 배운다. 제 딴에는 무섭고 위험하기만 한 기계덩어리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어느 날 자신에겐 어림없는 속도를 내고 만다. 그걸로 재준이는 끝이었다. 오토바이 사고로 온 몸이 부스러져 죽고 만 것이다.

그런 재준이는 생전에 써둔 일기가 있었다. 유미가 선물해준 파란 일기장이다. 거기엔 자신이 죽은 사람처럼 가장하며 지낸 나날들의 생활이 적혀있었다. 재준이도 화목하기만 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아니었다. 그 일기장엔 유미와 나눴던 우정 이야기들까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같이 기차여행간 일, 사랑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던 일, 마음을 서로에게 조금씩 열어가는 과정까지도...

유미는 죽은 재준이의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으로 그 일기장을 읽게 된다. 읽어가면서 재준이와 지냈던 아름다운 일들을 회상하며 재준이에 대한 슬픔도 서서히 정리해 간다. 그러면서 유미는 좀 더 성숙해진다.

난 이 책을 읽으며 마치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인물들의 생각과 마음, 서로의 관계 등이 너무나 섬세하고 극히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며 수많은 생각에 빠져볼 수 있었다. 우정, 가족, 사랑, 슬픔, 헤어짐 등의 감정이 이 책안에 조금도 부족함 없이 기록되어 있는 것 같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겐 수많은 감정들이 ‘뒤엉켰다 풀렸다’를 반복했다. 너무나 위대한 주제를 가진 글을 읽은 것 같아 기쁨을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어떤 영혼이 내 몸 안에 들어왔다 나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고른 것이 나에게 큰 행운이었으며, 또 커다란 깨달음을 주고 날 성숙하게 해줬다는 것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모른다. 나는 우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그리 솔직하지 못한 아이다. 주위에선 내가 어린애처럼 잘 믿고 순진하다고 자주 말하지만 물론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남들이 웃음거리로 삼는 농담까지도 진담으로 듣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이지 사람의 인격이라거나 마음을 믿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소중한 친구에게라도 한 꺼풀도 남김없이 마음을 털어놓지 않는다. 남들은 허다하게 말한다.“우정이란 비밀이 없고 속임이 없는 그런 사이다.”라고.

그러나 난 그러지 못하다. 그런 주제에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왔다. 날 조금씩 속여가며 사귀는 그런 내 자신에 대해 난 수많은 생각을 해왔다.‘친구들은 내가 믿을 수 있는 친구라 생각하고 자신의 비밀을 모두 말하는데, 난 그렇게 하지 않아. 그러면서 좋은 친구가 되려고해... 이래도 내가 친구를 가질 자격이 있는것일까?’라고 말이다.

유미와 재준이의 우정을 보면 참 비밀 한 가지도 없는 그런 티끌 없는 친구사이다. 그 자체가 우정이다. 난 그런 우정을 언제쯤에나 할 수 있을까? 난 아직도 우정을 제대로 나누지 못한다.

난 또 가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유미와 같이 어머니 아버지가 이혼을 한 아이들을 아주 가끔씩 본 적이 있다. 그 애들은 다른 애들에게 제대로 된 친구 취급을 받지 못했다. 놀림을 심하게 당하기도 하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했다는 그런 소문이 반 아이들에게 급속도로 퍼져 그 아이가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엉엉 운 일까지 있었다.

당시 어려서 뭘 몰랐던 나는 그게 나쁜 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놀리는 아이들 틈에 합세한 적도 있었다. 그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추한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난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만약 이혼을 하신다면 나는 어떤 아이가 될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저 그대로의 나로 남아있진 않을 것 같았다. 무언가의 분노를 가슴속 깊이깊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만큼 감춰둔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기하며 평생을 살아갈까? 아니면 모든 것을 잃고 더욱 강해져서 당당한 사람이 될까?

난 이 두 가지의 종류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 첫 번째, 연기하며 산다는 건 많이 힘들다. 남이 말하는 거짓을 완벽하게 믿는 내가 남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또 상처가 드러나게 되면 며칠이고 상처가 덧나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두 번째 ,모든것을 잃고 더욱 강해져 당당해진다? 이것은 어찌 보면 좋을 수 있지만 이것은 자신에게 닥쳐온 두려움을 피하는 것이다. 이 엄청난 사건에 어쩔 줄 몰라하며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예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그건 겁쟁이가 되는 것 같아 그것도 난 썩 내키지가 않는다.

유미는,‘엄마아빠의 이혼은 나에게 아무 관련이 없어. 난 나의 인생을 살아. ’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혼은 유미에게 영향을 끼쳤다. 유미의 마음속엔 어느 샌가 어둠이 자리 잡았던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 아버지가 이혼한다고 해서 아파하지 않겠다. 아주 아파하지 않진 않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둘의 신중한 선택이니까. 이유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 다음엔 ‘이혼.’ 이라는 나에게 닥쳐온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이혼의 이유는 이거구나. 그래서 하는구나.난 결국 받아 들여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해 가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난 다시 나아갈 것이다. 아픔이야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아픔은 이제 나에게 닥쳐올 행복과 기쁨으로 덮을 수 있다. 그러면서 점점 무뎌질 수 있다. 그런 것이 내 마음에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게 하거나 하는 일은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모든 일은 결국 내가 견디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엄청난 시련이라 할지라도 겁을 먹고 뒷걸음치면 더 큰 시련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은 내가 이 책을 일고 깨달은 것 중 하나이다. 정말 소중한 깨달음이다. 이 책엔 정말 ‘영혼.’ 이란 것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라는 이 책이 하나의 반짝거리는 영롱한 빛을 뽐내는 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 영롱한 보석에 대한 관찰결과를 지금 이글에 담는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앞으로도 이런 보석들을 많이 가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원여중 김영지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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