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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2 07:01 수정 : 2006.02.22 07:09

10개대 ‘사실상 본고사’ 살펴보니

교육부가 제시한 논술고사 기준은 국·영·수 등 특정 교과의 단순지식을 측정하거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의 출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면 본고사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답형·선다형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 묻기 △수학·과학과 관련된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요하는 문제는 본고사 논술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김화진 대학지원국장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2006학년도 수시2학기 대학별 논술고사와 인·적성검사 심의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직사각형 넓이의 최소값 타당한가 - 수리변질
개발과 환경갈등 영어로 기술하라 - 영작둔갑
부등식 풀고 같은 뜻 영문 찾아라 - 인·적성 검사

고려대 등 6개대 논술은 논술 아닌 본고사=논술심의위 심의 결과 고려대 등 6개대가 시행한 논술고사는 논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정됐다. 고려대의 경우 인문계와 자연계 수리논술에서 모두 수학의 풀이과정을 요구해 ‘본고사’ 판정을 받았다.(?5c표 참조) 고려대는 특히 글로벌 전형에선 문제(제시문)는 국문으로 냈으나 답안을 영어로 작성하게 해 외국어 제시문을 금지한 논술기준을 ‘교묘하게 활용’했다. 심의위는 외국어 제시문 금지 취지에 비춰 이를 본고사 논술로 판정했다. 서울 삼성고 이인호 교사(수학)는 “(고려대 문제가) 난도가 너무 높고, 복잡한 응용 과정이 들어가 있어 풀기가 쉽지 않다”며 “과거 본고사 문제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자연계열 논술고사에서 풀이과정과 설명을 요구하는 문제를 내 논술이라기보다는 학력검사였다고 심의위는 밝혔다. 논술의 고유한 형식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언어논술의 경우 주관식 국어문제라는 판정을 받았고, 수리논술도 풀이과정과 정답을 내도록 하는 학력검사라는 판정을 받았다. 세 개의 제시문을 주고 “㈎의 ‘산 자들의 권한’에 대해 ㈏에서 그 내용을 찾아 서술하시오.”라든가, “㈎의 ‘연옥’과 ㈐의 ‘영원한 재귀’의 사후 세계관이 가지는 특징을 대비하여 서술하시오.” 하는 식의 문제가 출제됐다. 중앙대 역시 수학 등 특정 교과에 바탕한 정답을 요구했다가 적발됐다. 한국외국어대는 자연계 논술에서 풀이과정을 요구했고, 울산대는 수리논술에서 풀이과정을 요구하거나 특정 개념에 대한 지식을 묻는 학력검사 성격의 문제를 냈다.

대학들은 일단 교육부와 논의해 나가겠다는 분위기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앞으로 교육부와 논의해서 우리가 잘못한 것은 뭔지, 어떻게 할지에 대해 차차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김인묵 입학관리처장은 “지적사항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겠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우수 수험생을 통합적 사고력을 측정해서 뽑는 것이며 그러려면 내신·수능만으론 안 된다”고 말했다.

인·적성검사마저 본고사로 악용=한양대 등 4개대는 인·적성검사를 본고사로 악용했다. 인하대는 한문·영어·수학 등 특정 교과 관련 지식을 측정하는 문제가 많아 인·적성검사가 아니라 학력검사라는 판정을 받았다. 한양대의 경우 “단어의 바로 뒤에 사용될 때 어색한 것을 고르시오.” 하고는 ‘go - ①bad ②sad ③mad ④shopping’ 같은 문제를 내 영어 지식을 묻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홍익대·한성대도 특정 어휘의 뜻 등 단편적 지식을 재는 학력평가를 한 것으로 판정됐다.

교육부 본고사 시정 의지 있나?=교육부는 이들 본고사 실시 대학을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징계를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이들 위반대학에 경중에 관계없이 제재는 하지 않고 개선을 요구하는 선에서 그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논술기준과 심의계획을 발표할 당시, 위반의 경중에 따라 △개선요구 △개선요구 및 제재를 하겠다고 했던 데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허미경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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