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2 10:54
수정 : 2006.02.22 13:42
사교육 열풍을 도무지 잠재울 수 없는 우리 나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종류의 학원에서 열강하시는 수업 담당자를 강사라 한다. 저들을 학원 교사라 하진 않는다. 반면 학교에서 아이들의 삶 전체를 도맡아 지도하는,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아침 7시부터 거의 한밤중 11시경까지 학생들과 씨름하는, 이들을 교사라 하지 않던가? 저들을 학교 강사라 하진 않는다는 차이이다. 그렇다면 강사와 교사는 과연 어떻게 다른 것일까? 교사와 강사를 사전에선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교ː사(敎師) [명사]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등에서, 소정의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거나 돌보는 사람
강ː사(講師) [명사]
1. 학교의 촉탁을 받아 강의를 하는 교원. [시간 강사와 전임 강사의 구별이 있음.]
2. 모임에서 강의를 맡은 사람.
3. 학원(學院)에서 수업을 맡은 사람.
위와 같은 사전적 정의에 따른 두 부류 사이의 차이는 소위 소정의 자격 소지 여부를 구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자격이란 당연히 국가가 인정하는 교사 자격증 소지 여부를 일컬음이리라. 다만 이런 공증 여부를 제외하곤 강사와 교사는 보통 사람이 구별해 내기 쉽지 않은 미묘함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아니 오히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고득점 획득만이 우리나라 모든 교육의 최대 최고의 목표가 되어 버린 지금 많은 학부모들은 학교 교사보다는 학원 강사를 ‘족집게’니 뭐니 하면서 더 신뢰하는 이상한 현상까지 만연되어 있음을 부인하기도 쉽지 않다.
꾸역꾸역 모여드는 수강생 수가 곧 그 학원의 인기도 또는 학원 강사의 수입과 직접 관계를 맺을 것이므로 사업 전략의 하나로 학원들은 필사의 노력을 절대 게을리 할 수가 없을 터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무서운 폭발력과 엄청난 파급효과가 숨겨진, 확인이 쉽지 않은 선전과 광고 효과에 학원의 사활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하잘 것 없을 성 싶은 지푸라기 같은 건수라도 눈에 띄기만 하면 활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 창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보편화 된지 한참은 되었지 싶다.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학교는 어떨까? 수많은 아이들과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씨름 중인 교사들은 학원 강사들과는 실정이 판이하게 다르지 않던가? 학교 교사들은 공사립 간 다소간의 차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국가에서 배정해 주는 학생들을 학교 나름의 방식에 의거 학년과 반을 편성한 후 각각의 교사, 즉 담임교사와 교과 담임교사의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등의 다양한 지도를 받게 하는 체제이니 걱정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설 학원들처럼 수강생 확보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희한한 혜택(?)을 누릴 수 있기에 꼭 다행만 한 일일까?
퇴근길 언제나 지나치게 되는 학원가의 치열한 수강생 유치 경쟁 풍경과 ‘철밥통’이네 어쩌네 라며 퍼붓는 비아냥거림과 겹쳐지면서 괜스레 죄인(?)처럼 자괴감에 고개를 떨구게 할 때가 여러 번이었다. 쫓아오는 이 없지만 도둑이 제발 저려 하듯 말이다. 벌써 며칠째 「강사 전원 서울대 출신」이라는 플래카드 휘날리며 달리는 어떤 학원버스 옆을 지나치면서 온갖 생각들로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적어도 공교육 기관의 교사들 보다는 이 곳 학원 강사들이 훨씬 우수한 실력의 소유자들이니 학부모님들 안심하고 자기네 학원에 보내라는 은근한 압박이 아니고 뭐더란 말인가?
표면상 드러난 이 같은 차이가 과연 우리 아이들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세계적 수준의 대학 순위에서 몇 등을 차지했느냐를 떠나서 누가 뭐래도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수준의 대학일 테니 그 대학 출신 강사들로만 구성된 모 학원의 수강생들은 잘 만 하면 「청출어람」이라고 서울대보다는 나은 대학에 혹시 진학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산술적 계산도 가능하니 그 학원 수강생들은 참 좋겠다.
안 그래도 학교야 사실상 그 놈의 내신 성적 때문에 또는 국가의 인증 때문에 어쩔 수없이 선택의 여지도 없이 다녀야 하기에 “찍”소리 한 번 제대로 못 내고 있지만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학원 강사들이 점수 높여 주는 덴 훨씬 더 전문가들 아닌가요?”, “뭐 학교 교사들이야 몇몇 빼놓고는 거의 지방대나 그런 류의 대학 출신들이 많을 텐데 어디 학원 강사들 만 하겠어요?” 교원평가네 뭐네 하면서 마냥 빈둥빈둥 노는 데도 월급 꼬박꼬박 챙기는 꼴 보기 싫다며 이상스런 의혹의 눈초리를 전혀 감추려 하지 않는 세월을 살기에 학부모들의 만족도 여부야 차치하고서라도 학교와 교사들의 피눈물 나는 변신의 모습 또한 만만찮다. 웬만한 환골탈태가 학부모님들 눈에 차기나 할까만 말이다. 학부모들의 원대로 점수 높여 주는 쪽으로만 올인 한 채 말이다.
소위 ‘벤치마킹’이라며 학원에서의 점수 높이기 훈련 기술을 학교에도 도입해야 한다며 국가에서 금하고 있는 여러 조치들까지 당당하게 어겨 가면서, 아니 법을 지킨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헛소리는 소위 서열화된 대학 체제 내에서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성이 차지 않아 거의 기절 수준까지 가버리고 마는 우리네 교육열을 도무지 진정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잠시 생활지도는 접어 둬도 괜찮다는 은근한 속내이잖은가? 그까짓 머리 좀 길고 꼬불꼬불 파마 좀 하고 다닌 들 대수냐는 것이다. 수학 문제 하나 더 잘 풀어서 점수 올리면 되지. 게다가 아니 복장 규정은 그렇게 까다롭게 만들어 가지고는 영어 점수 높이겠다고 정신없어 하는 아이들 사기를 그렇게 떨어뜨리냐는 것이다. 담배 까짓 것 피울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수능에서 고득점만 얻을 수 있다면 그 정도야 눈감아 줘도 괜찮다는 논리이다. “그렇다고 고상하게 시리 학교 교사들 생활지도나 아이들 인성교육은 그럼 제대로 시킨답니까?” 라며 어떻게 해서라도 공교육은 신뢰할 수 없다며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학부모들의 난감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절절한 바람을 저 높은 곳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자릴 잡아서 일까 교육 당국만 그리고 그 지시에 충실한 학교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닌 건지? 아니라면 정말 교육의 고상한(?) 나름의 목적이 어찌 좋은 대학 진학만이겠느냐며 항변이라도 대신 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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